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춘천 '창의예술 교육연수' 가보니…
영국 예술교육기관 아티즈 강사 초청 창의교육체험 연수
전국 초·중등 교사 및 예술강사 50명 참석 열띤 호응
[ 고재연 기자 ]
“그룹별로 몸짓을 통해 어떤 장소를 묘사해주세요. 해변, 사막, 숲, 감옥 어디든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만든 현장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세요.”
지난 14일 강원 춘천시 삼천동 상상마당 2층 나비홀. 강사들의 지시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하는 ‘창의예술 교육연수’에 참가한 전국 초·중등 일반과목 교사, 예술 교사, 교육복지사 등 50명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몸짓만으로 응급차가 달려오는 교통사고 현장, 스릴 넘치는 놀이공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등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5명의 교사가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요동치는 청룡열차를 표현하는가 하면, 세 사람이 배 모양을 형상화해 좌우로 흔들리는 바이킹을 만들었다. 사막을 표현한 팀에서는 허리를 굽혀 낙타 흉내를, 웨이브 춤을 추며 오아시스를, 손가락으로 가시를 만들어 선인장을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의는 ‘연극 발달-스타 없이, 대본 없이’ 수업이었다. 영국의 예술교육 전문기관 아티즈(Artis) 소속 외국인 강사들이 수업을 맡았다. 라이언 프리처드 아티즈 강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업하고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몫을 다함으로써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 이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오는 18일까지 4박5일간 이어지는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자유학기제 확대 등으로 교육현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창의성 진흥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유영학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은 “정보기술(IT)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은 지식보다 창의성”이라며 “‘교사가 변해야 아이들도 변한다’고 생각해 교사들이 해외의 창의교육 사례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4년 영국에서 설립된 아티즈의 목표는 예술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창의성은 전염됩니다. 감염시키세요’가 이들의 모토다.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활용한 교육 기법을 개발해 영국 전역에 보급하고 있다. 런던, 버밍엄, 맨체스터 등지에서 약 5만명의 어린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수를 위해 8명의 아티즈 강사가 한국을 찾았다. 나이젤 메이나드 아티즈 공동대표는 “영국에서는 창의적인 글쓰기는 물론 수학, 과학 같은 과목도 놀이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자유로운 놀이로 창의교육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참가한 교사들이 이들의 교육 방식을 체험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창의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연수의 목표다. 교사들은 그림과 그래프, 도형 등을 사용한 도형악보(graphic scores)를 신발 끄는 소리, 가글하는 소리, 물통 흔드는 소리, 창문 긁는 소리 등 생활 소음으로 표현하기, 마임으로 음악 표현하기같이 간단한 것부터 연극 및 무성영화 만들기 등의 응용 과정까지 경험한다.
교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송병현 경기 광명북고 교감은 “청룡열차의 뒤틀림에서는 에너지의 이동을, 바이킹을 만드는 장면에선 역학에너지를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어 ‘왕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숙 경기 분당초 교사는 “융합교육 아이디어가 샘솟았다”며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공부하는 시간에는 역할극을 하고, 안중근 의사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이어 “신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박5일의 연수가 끝이 아니다. 유영학 이사장은 “우수 교사로 선정되면 연수가 끝난 뒤 교육현장 적용 연구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멘토링 기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춘천=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