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그레이트 월'
[ 유재혁 기자 ]
미국과 중국이 합작한 판타지액션 ‘그레이트 월’(사진)은 중국 영화의 급부상과 그에 따른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5일 개봉한 이 영화에는 양국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유니버설과 완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규모인 1800억원의 순제작비를 투입했다.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흥행 배우 맷 데이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중국 측이 거대 시장을 무기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할리우드와 합작을 성사시킨 것이다.
양국이 힘을 모은 결과는 대규모 스케일로 드러났다. 동시에 중국 영화의 허약한 경쟁력도 노출했다. 초대형 스케일만 보여줄 뿐 아이디어는 부족하고 이야기는 진부해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한다.
고대 중국의 화약을 구하러 나선 유럽 전사 윌리엄(맷 데이먼)과 친구 페로(페드로 파스칼)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 군인들과 손잡고 괴수들과 싸운다. 괴수들은 외계에서 왔고, 60년마다 출몰해 인간을 잡아먹는다.
액션 신에서 윌리엄은 놀라운 활 솜씨를, 페로는 뛰어난 칼 솜씨를 보여준다. 중국 군인들은 당시 세계 최첨단 무기이자 발명품인 화약을 앞세워 만리장성에서 괴수들과 공성전을 치른다. 칼과 창을 든 수많은 병력,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운 수십만 괴수들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세계적인 시각효과업체인 할리우드 ILM과 뉴질랜드 웨타가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한 괴수와 전투 장면들은 실감 난다.
영화는 고대 중국인의 위대함을 노골적으로 과시한다. 중국인의 발명품인 화약은 서구인들도 군침을 삼키는 신기술로 묘사된다. 진시황이 북동쪽 오랑캐(야만족)를 막기 위해 세웠다는 만리장성은 여기서 괴수들을 제지하는 최후의 방어벽으로 그려진다. 괴수들이 야만족을 은유하는 셈이다.
돈을 위해 싸우는 용병 윌리엄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중국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장이머우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무협 액션 ‘영웅’과 ‘연인’을 정점으로 더 이상 수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이머우 시대는 저물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