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 이달 들어 매도세로
"기업들 실적 개선…상승동력 축적 중"
[ 나수지 기자 ]
미국 증시는 연일 상승세지만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제자리걸음이다. 지수가 지난 5년여간 이어온 박스권(1850~2100) 상단에 근접해 심리적 부담이 생긴 데다 지수 상승을 이끌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지루한 제자리걸음은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탈출을 위한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상장사들의 완연한 실적 개선세를 앞세워 상승동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코스피지수는 14일 4.08포인트(0.20%) 내린 2074.57에 장을 마쳤다. 이날도 지난달 중순부터 형성된 단기 박스권인 2060선 후반~2080선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223억원, 개인이 137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 상승을 견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 가까이 오른 코스피지수가 단기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41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일단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면서 호재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2100선에 근접하면서 생긴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감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에 가까워지면서 상승탄력이 줄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수가 추가로 상승하기 위한 정상적인 속도 조절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시장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근거는 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올 들어 5%가량 높아졌다. 12개월 선행 EPS란 1년 뒤 기업이 벌어들일 순이익 예상치를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12개월 선행 EPS가 높을수록 경영실적이 양호하고 주식 투자가치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을 키운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은 시간이 흐르면 완화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 실적 개선세가 박스피 탈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