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 이뤄야 온실가스 줄인다

입력 2017-02-14 18:22
환경을 고려해 조정해야 할 에너지세제

전기구매의 '경제급전 원칙'…원전·석탄발전 우선 이용 이유
온실가스 감축은 요원, 안전성 우려되는 원전 비중도 커져
연료비 외 사회적 비용도 반영, 에너지세제 전면 개편 필요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의 뇌리에 가장 많이 기억된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미세먼지, 경주 원전 인근지역 지진, 파리기후협정 네 가지일 것이다. 더운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겪으면서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국민의 ‘수용성’임을 알게 됐다. 미세먼지 문제가 터지자 정부는 고등어가 주범이다, 중국이 주범이다 등으로 대응해 국민은 혼란을 겪었고 여전히 미세먼지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인해 신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크게 커졌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전 세계적 노력에 우리도 적극 동참하자는 요구 또한 폭발했다.


작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기후변화대응기본계획 및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8억5100만t이며 전환(발전) 부문은 약 39%인 3억3300만t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발전 부문은 이 중에서 19.4%에 해당하는 645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또 에너지신산업 부문의 2820만t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이 발전 부문에 해당한다. 아울러 해외 감축분 9600만t에 대해서도 발전 부문이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결국 국가계획에 따르면 발전 부문이 가장 많은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

석탄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스발전의 2배를 넘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계수’(2015년 2월)에 따르면 석탄발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가스발전의 1500배가 넘는다. 따라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문제를 감안하면 석탄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원전, 가스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야 당연히 늘려야 하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풍력발전 및 태양광발전의 입지와 관련한 지역 갈등 문제 등이 있어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원전은 작년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국민의 수용성이 크게 떨어져 신규 건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 비중 커 온실가스↑

현실적으로는 석탄발전량을 줄이고, 가스발전량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 반면 가스발전량은 석탄발전량의 절반에 불과한 20% 수준이다. 석탄발전과 가스발전의 설비용량(2016년 10월 기준)은 각각 31.0GW와 32.6GW로 오히려 후자가 더 큰데도 가동률의 차이로 인해 석탄발전량이 가스발전량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싼 돈을 들여 지어놓은 저탄소 가스발전소는 가동을 못 하고 놀고 있는 반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발전소는 가동률을 높이며 앞으로도 신규로 더 지어질 예정이라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 수용성이 떨어지는 원전의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석탄 및 원전 발전량 비중은 70%에 달하는데 2029년이 되면 약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스(열병합)발전과 달리 석탄 및 원전은 공급지와 수요지가 서로 달라 장거리 송전탑이 필요해 사회적 갈등 또한 증폭시킬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 가장 저렴한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거래시장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경제급전’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따질 때 발전소가 지불하는 연료비만 반영되고 사회 또는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국민 수용성이 떨어지는 원전과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의 연료비가 낮게 평가돼 원전과 석탄발전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청정가스발전 저율 과세 필요

경제학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만 단순하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나 국민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도 조세의 형태로 반영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 비중을 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여 선진국에서는 소비세 또는 환경세 등의 명목으로 에너지원 간 차등적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석탄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고, 가스(열병합)발전에는 저율의 세금이나 면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원전에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반대로 석탄에 세금을 매우 낮게 매기고, 가스(열병합)발전에는 세금을 높게 매기며, 원전에는 면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에너지 세제의 불합리성이 발전 연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7년 정부예산 기준으로 에너지 관련 조세 수입은 전체 국세 수입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약 88%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지 않는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및 경유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송용 에너지 비중은 20%를 웃돌아 우리보다 높은 반면, 수송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의 비중은 70%를 넘지 않는다. 우리는 수송용 에너지에 세금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으며, 전력 석탄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징벌적이라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세율(가격의 50~60%)이 적용되고 있어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정유플랜트를 갖고 있는 우리의 탈석유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의되는 전기화 속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 및 오스트리아는 전력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0% 및 35%를 웃도는 등 OECD 국가 대부분이 전력에 환경세 또는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면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믹스(mix)’ 조절에 실패해 배출하지 않아도 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했으며 수입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더 수입했음을 의미한다.

수송용 연료 과세도 완화해야

따라서 국민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수중립을 유지하면서 전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수송용 연료에 대한 과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세 명목으로 석유제품에 과세한다면 석탄 및 전기에도 충분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하며, 안전세 명목으로 석유제품 및 가스에 과세한다면 원전에도 과세해야 한다. 혼잡세 명목으로 석유제품에 과세한다면 전기차 및 천연가스 차량에도 비슷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한다. 특히 이미 경유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상황에서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부담만 크게 늘리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승훈 <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