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금융사와 협업
LGU+·나이스와 공동 개발
할부금·요금 납부 이력 등 20개 변수로 신용등급 매겨
SKT, KB·신한카드와 제휴…우수 고객에 우대금리 제공
KT, 인터넷전문은행서 서비스
[ 이정호 기자 ]
통신사와 금융회사가 손잡고 통신비 납부내역 등 비(非)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통신비 연체 여부, 요금제 수준, 해외 로밍내역 등 통신서비스 이용 정보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금융회사와 공유하고 우수 고객에게 대출 금리 및 한도 혜택을 주는 식이다. 통신사가 자체 보유한 빅데이터 정보를 다른 업종의 외부 서비스와 연계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통신 사용내역 신용 변수 활용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나이스(NICE)평가정보와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 ‘텔코스코어’를 공동 개발했다. 통신사에서 전달받은 가입자 정보를 단순히 신용평가 참고용 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음성통화 건수, 데이터 사용량, 요금 미납 이력, 단말기 할부금액 등 총 20개 변수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다.
이 자료를 나이스평가정보가 금융사에 제공하고 금융사는 이를 자체 신용평가 자료와 교차 분석해 개인 신용등급을 매긴다. 물론 금융사 자료 제출 시에는 개인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텔코스코어는 KB국민카드 대출상품에 적용돼 텔코스코어 점수가 높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금리 혜택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제휴해 통신요금을 성실히 납부한 가입자에게 대출금리를 0.2~0.3%포인트 낮춰주는 대출상품 ‘T-우대드림 신용대출’과 ‘T-새내기 직장인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가입자 동의 아래 통신비 납부내역과 멤버십 등급을 전달하면 국민은행이 자체 시스템으로 재분석해 심사한다.
올 상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인 KT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도 KT 통신 서비스와 KT 자회사인 BC카드의 결제내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중금리 대출상품의 신용평가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독자적인 개인신용평가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주부 등도 금리 혜택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서비스는 직장 경력이 짧거나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해 신용평가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사회 초년생이나 가정주부 등 이른바 금융 소외계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통신사 측은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4~7등급 중(中)신용자들이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들인데 이들이 통신 우수 고객으로 평가되면 신용등급이 올라 금리나 한도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사업을 확대하려는 통신사와 핀테크(금융+기술)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한 상품을 준비하는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겠지만 분명히 매력적인 사업모델”이라며 “통신사가 가진 다양한 빅데이터를 대출뿐만 아니라 보험상품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