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IO에게 듣는다 (5) 이상희 롯데손해보험 자산운용부문장
대체투자비중 2년만에 15→30%
고성·군산 화력발전에 수백억 집행…미국 도로·항만 등 투자기회 늘 것
우량 항공사의 운용리스펀드 등 손실위험 적은 안전자산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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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 자산의 듀레이션(잔존 만기)도 늘리기 위해 국내외 사회간접자본(SOC)에 적극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상희 롯데손해보험 자산운용부문장(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험사의 전통적인 투자 자산인 장기 채권의 금리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SOC 투자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문장은 일반 계정 5조6000억원, 퇴직 계정 4조7000억원 등 총 10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이 부문장은 “지난달 자금 모집을 마친 고성 하이화력발전소와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각각 수백억원씩 대출을 집행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발전소 프로젝트의 선순위 대출채권 금리는 연 4% 이상이다. 반면 13일 기준 한국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19%에 불과했다. 이 부문장은 “정부가 일부 또는 전부를 보증하는 국내 SOC 사업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가 손실을 본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장기 국채에 비해 SOC 투자의 위험 대비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이 부문장은 “미국의 SOC 투자 기회도 적극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도로 항만 다리 등 주요 인프라는 1920~1930년대에 주로 건설돼 이미 개·보수 시기가 지났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면 민간 투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뉴욕 투자법인장을 지내다 2014년 말 롯데손해보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자리를 옮긴 이 부문장은 부임 당시 15%였던 대체투자 비중을 2년여 만에 30%대로 끌어올렸다. 5% 미만이었던 해외 자산 비중도 20%대로 높였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채권 위주의 자산 운용으로는 목표 수익률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문장은 다만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보수적인 투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자산 중 가장 규모가 큰 항공기 펀드의 경우 싱가포르항공이나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 같은 우량 항공사만 상대로 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적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펀드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발행한 채권에 1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문장은 “KKR이 최소 연 3.5%에서 최대 7.5%까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을 만들어 왔다”며 “미국 재보험사들이 원금을 보장해 원금 손실 위험이 ‘제로’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이 부문장은 주식 투자와 관련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1950 이하로 내려가면 사고 2000선을 넘으면 파는 전략이다. 이 부문장은 “같은 방식으로 싱가포르의 상장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를 통해 1000억원 안팎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하고,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다는 것을 리츠 투자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