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 해외서…차세대 반도체 세계적 강자 RFHIC

입력 2017-02-13 14:17
수정 2017-02-13 14:25


1999년 창업 이후 투자자들에게 “당신 돈 아니라고 막 쓰는 것 아니냐”는 말만 10년을 들었다. 첫 3년 동안 매출이 제로(0)였고, 이후 7년 동안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조덕수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 대표(사진)는 국내에선 거의 관심을 갖지 않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무선주파수(RF) 증폭기 연구개발(R&D)에 꿋꿋하게 매달렸다.

◆RF 증폭기에 GaN 첫 적용

통신장비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RFHIC는 통신 기지국의 효율을 높이는 RF 증폭기에 실리콘 대신 GaN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강소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GaN을 적용한 트랜지스터를 생산한다. 일반 실리콘 트랜지스터보다 단위 면적당 출력이 커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화합물반도체에 사용된다.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 전기차 분야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세계에 2~3개사를 꼽을 정도다.

GaN 증폭기의 시장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건 조 대표의 형 조삼열 기술사장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조 기술사장이 운영하던 RF 부품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동생인 조 대표가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합류했다. 형제는 일반 트랜지스터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아 나섰다. 공학박사였던 조 기술사장이 GaN 증폭기 생산을 제안했고, 조 대표도 “큰 물고기(높은 수익)를 잡으려면 큰 그물(차별화된 기술력)을 준비해야 한다”며 의기투합했다.

◆10년 ‘한우물’ 결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리라고 반대했다. “대기업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중소기업이 할 수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당시 불던 벤처 열풍에 힘입어 1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실적을 못 내 반기결산 때마다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10년이 지나서야 ‘한우물’만 판 결실이 서서히 나타났다. 외국산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양산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매출이 급증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기에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2013년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가 핵심 부품만 납품받겠다고 통보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조 대표는 낙담하지 않고 해외 기업들에 눈을 돌렸다. 이듬해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찾아갔다. 기기 소형화를 추진 중이던 화웨이에 단위 면적당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GaN 트랜지스터를 선보이며 납품 계약을 따냈다. 같은 해 6월에는 노키아, 8월에는 에릭슨과 납품계약을 맺었다.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들이 모두 고객이 됐다. RFHIC의 작년 매출 612억원 중 415억원은 수출이다.

◆매출 10% R&D 투자

조 대표는 R&D 투자와 인재개발에 사활을 건다. 전체 매출의 10.3%(2015년 기준)를 R&D에 투자한다. 석사 출신 신입사원을 3~5년간 훈련시켜 엔지니어로 키운다. 직원 215명 중 30%가량인 65명이 연구원이다.

RFHIC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1000억원이다. 조 대표는 “전체 트랜지스터 시장에서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다해 당장 2~3년 뒤 치열하게 전개될 5세대 이동통신(5G) 트랜지스터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양=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