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 대통령에 슈타인마이어…18년 만에 중도좌파 정치인

입력 2017-02-13 10:40
수정 2017-02-13 11:12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전 외교부 장관(61)이 독일의 12대 대통령으로 뽑혀 다음 달 18일 임기가 끝나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후임자로 취임한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요한네스 라우(1999∼2004) 전 대통령 이후 약 18년 만이다.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선 3번째 사민당 출신이기도 하다.

슈타인마이어 전 장관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치른 대통령선거에서 931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독일 대통령은 연방하원 전원과 16개 주(州)에서 선발된 같은 수의 대표로 구성된 연방총회의 투표로 뽑힌다. 올해 이 선거인단은 630명씩 모두 1260명이었다. 1차 투표에서 절대 과반인 631표만 얻어도 당선된다.

독일 언론은 앞서 현 대연정 집권다수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539명, 소수당 파트너인 사민당 384명, 녹색당 147명, 좌파당 95명, 자유민주당 36명,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 35명, 해적당 11명, 자유유권자그룹 10명, 기타 3명으로 선거인단의 정파별 분포를 소개했다. 대연정 3당 공동의 단일후보로 천거된 슈타인마이어의 당선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슈타인마이어 전 장관은 1975년 11월 사민당에 입당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슈뢰더 전 총리가 니더작센주 주총리로 있던 1990년대 인연을 맺고 사실상 '직업정치인'으로서 변신을 본격화 했다.

법학 박사 출신으로 1991년부터 1998년까지는 니더작센주총리실에서 언론정책담당관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어 슈뢰더가 연방총리가 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는 연방총리실의 사무차관과 총리실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슈뢰더의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에 패배하고 나서 출범한 2005년 메르켈 1기 대연정 때 외교장관을 지냈고, 2009년 총선 때는 총리후보로도 나섰으나 메르켈 후보에게 졌다.

총선을 마친 직후 사민당이 메르켈 2기 연정에서 배제됐을 때 그는 사민당의 원내대표로 뽑혀 활약했고, 이후 사민당이 참여한 메르켈 3기 대연정이 시작됐을 때 다시 외교장관으로 발탁돼 최근까지 재임한 바 있다.

슈타인마이어는 슈뢰더의 우파적 개혁으로 유명한 '아겐다 2010'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사 중 한 명이다. 상대적으로 러시아 푸틴 정부에 덜 적대적이다. 미국에만 기우는 이른바 '대서양 동맹' 일변도 보다는 동유럽과의 균형적 관계 접근을 고려하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화당 후보로 선거를 치를 때부터 "증오설교자"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같은 세력이 대변하는 우파포퓰리즘을 "독"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임기 5년의 독일 대통령은 국가수반이며 국가서열 첫번째다. 연방총리 서열은 3위다. 다만 연방총리와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 등 상징적인 권한을 주로 행사하는 '세러머니 권력'으로 국정에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한다.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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