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순환출자 해소 특혜' 주장에 반박
특검 "청와대 외압으로 1000만주서 절반 축소"
삼성 "대주주 지분 40% 육박…영향 미미"
정유라에 명마 추가지원 의혹, 삼성 "사실무근"
[ 노경목/김주완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3일 재소환하기로 하자 삼성 임직원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검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팔아야 하는 삼성물산 지분이 줄어든 것에 대해 외압과 특혜 의혹을 두고 있지만, 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며 당혹해 하고 있다.
◆“합병으로 순환출자 완화”
특검은 2016년 2월 삼성SDI가 매각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이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와 관련한 공정위의 사무관 진술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선 “법과 절차에 따라 한 일인데 특검이 무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의 발단은 201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수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되는 것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후 적용 사례가 없다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본격적인 적용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을 900만주 보유하게 됐다. 합병 전 제일모직 500만주, 삼성물산 400만주(각각 합병 삼성물산 주식 기준)가 합해진 것이다. 다른 계열사로는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500만주를 보유했다.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었고, 삼성물산 보유주식이 늘어난 게 없으니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에 부응한다고 판단했다. 외부 로펌 두 곳도 합병으로 인한 지분 처분은 필요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생각은 달랐다. 공정위 일부 실무진은 삼성SDI의 500만주(이전 제일모직 지분)와 삼성전기의 500만주를 합친 10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와 삼성은 여덟 차례 협의를 거쳤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500만주(이전 제일모직 지분)만 팔아도 되는 것으로 최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삼성 관계자는 “단 한 주를 팔지 않더라도 소송에서 이긴다고 판단했지만 공정위 의견을 존중해 500만주를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만주는 영향 미미”
특검은 삼성SDI의 처분 대상 주식 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에 특혜를 주기 위해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이다.
삼성은 억울하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정위에 처분 주식 수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등 삼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9.85%였다. 우호지분인 KCC 지분 8.97%를 합치면 절반에 육박한다. 500만주(2.64%)를 더 팔고, 덜 팔아봐야 지배력 차원에서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삼성의 얘기다.
삼성은 공정위에 의견을 제시한 것은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가 줄었다고 판단했지만 법이 처음 적용되는 상황에서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공정위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이 500만주를 인수해 삼성에는 어떤 이득도 없이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또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공정위와 협의한 건 당연한 것이며 통상적인 관례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정당한 설명을 로비로 몰아가는 것은 근거 없는 프레임 공세”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실제 법 집행 사례가 없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스웨덴 명마인 ‘블라디미르’를 30억원에 구입해 정유라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삼성 측은 “국정농단 이후에 우회든 아니든 정씨를 지원한 적이 없다”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경목/김주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