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노믹스,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입력 2017-02-12 17:40
"미국 진출 기업은 투자강화 계기삼고
통상압력엔 민관공동체계 활용
이익독점 아닌 공유의 자세 필요"

김재홍 < KOTRA 사장 >


갓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빅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대선 때 내건 ‘미국 우선주의’가 취임 직후 통상과 이민 정책 등에서 극단적인 행정명령 조치로 구체화되는 모습을 세계가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미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엇보다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로 거친 풍랑에 휩쓸릴 수 있어 우려가 크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1차로 중국과 멕시코를 겨냥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통상압력을 가해 전통 제조업을 부활시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면 중국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최근 중요 현안인 통상과 환율 등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현지 진출기업이라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자. 규제완화, 감세 등 트럼프 행정부가 당근책으로 제시하는 장점을 활용해 투자확대 및 설비증설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선제대응하고, 오스틴에 반도체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도 가전제품 공장의 추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소비시장만이 아니라 생산거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출기업 관점에서는 관세부과 예상 품목을 주의해야 한다. 무역적자 해소 일환으로 고율의 관세부과가 예상되는 특정 품목이나 반덤핑 및 상계관세 품목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산 화학제품의 반덤핑 예비판정이나, 3월 말 예정인 국산 철강재의 최종 반덤핑 판정도 안심할 수 없다. 이런 통상압력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업계로 구성된 민관 공동대응체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출품목의 다양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이 통상압력을 가하려 해도 불가피하게 수입할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 있다. 중상위층 증가에 따른 고급 소비재의 수요 확대를 활용해 건강 및 웰빙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또한 산업재 시장은 제조업의 부활과 인프라 투자확대로 부품소재 등에 새로운 수출 기회가 생길 것이므로 발 빠르게 틈새를 공략하길 권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수출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도 필요하다. 단순한 상품 수출에서 탈피해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패키지형 수출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과 결합한 서비스 기능이 융합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이므로, ‘트럼프의 미국’에 부합하는 수출과 투자 연계형 진출모델 개발도 요구된다.

한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무역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강대국의 무역분쟁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줄이려면 명분보다 실리에 입각한 민첩하고도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나아가 신보호주의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생존전략도 필요하다. 자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각국이 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 그레그 입이 정의한 ‘문 달린 세계화(gated globe)’ 용어처럼 장벽에는 문이 달려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문은 열리고 닫히므로, 이익의 독점이 아니라 공유의 자세가 중요하다.

연초부터 중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진출기회를 찾느라 분주히 뛰고 있다. 현지 무역관장들에게 특별히 ‘협력’과 ‘호혜’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상품만 팔려고 하지 말고 해당국의 관점에서 서로 이익이 되도록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한다. 수출 회복이 경제재도약으로 이어지도록 보호무역의 파고를 슬기롭게 넘을 수 있는 전략과 대비가 필요하다.

김재홍 < KOTRA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