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이 어제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해 10월20일 이후 넉 달 만이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500여㎞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사거리 3000~4000㎞인 노동급 또는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추정했다. 어제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오는 16일이 김정일 생일, 내달 한미연합훈련(키리졸브) 등이 예정돼 있어 추가 도발 가능성도 있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 북한 김정은이 연초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준비가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하자 당시 트럼프 당선자는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대북 선제타격까지 거론하며 대북 강경기조를 강화하는 마당이다. 그러자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로 무력시위를 하며 트럼프 정부를 떠보는 제한적인 탐색 도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향후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시험발사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다. 미·일·중·러 등 주변 열강의 리더가 모두 ‘스트롱 맨’으로 채워졌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박 의지는 전혀 변한 게 없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치권은 사분오열되고 조기 대선판에 눈이 멀어 있다. 제1당의 유력 대선주자는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주장하는 인지부조화 상태다. 사드 배치를 막겠다는 대선주자도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사드를 배치하는지 망각한 듯하다. 이런 정치권이 북한문제를 다루고 국제적인 고도의 긴장을 견뎌낼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을 그저 비난성명 한 장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소위 대선주자라면 북핵 위협에 명확하고 확실한 의견부터 밝혀야 마땅하다. 나아가 국가안보와 미래에 대해서도 분명한 구상을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시점에 정작 한국만 부재(不在)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