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이 있다. 196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에 사활을 걸면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된 표어다. 1970년대 들어서면 남아 선호사상이 출산 제한의 걸림돌이 된다며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저출산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며 이젠 출산장려정책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이뿐만 아니다. 1990~2005년에는 4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유형이었지만 2015년엔 4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18.8%로 줄었다. 반대로 1인 가구는 1990년 9%에서 2015년 2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도 크게 달라졌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8년에는 노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가족이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89.9%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런 의견이 30.8%로 크게 줄었다. 대신 가족과 정부, 사회가 노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4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불과 20~30년 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미혼자, 비혼자, 이혼자는 증가하고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거나 많아야 둘이다. 반대로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노인 1인 가구는 크게 늘어났다. 살 날이 길어지면서 노후준비는 점점 중요해지는데 저축할 여력은 없고 저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도 찾기 힘들다.
불확실성이 점점 커져가는 시대에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면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세부적인 전술도 나온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의 가치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기혼자라면 부부의 노후를 잘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노후준비의 핵심은 건강자산, 노후자산, 가족자산이다.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건강자산이라면 노후자산은 부부의 긴 노후를 지켜준다. 경제활동 기간은 짧아지고 지출 기간은 길어진 100세 시대에는 노후자산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나를 대신해 남은 가족의 생활을 보장해 줄 가족자산도 필요하다. 건강자산, 노후자산, 가족자산 중 무엇을 더 신경 써서 준비할지는 가구 유형이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자산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즉 ‘격세동감(同感)’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