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고 느긋하게 휴식"…북유럽 '휘게 문화' 국내 확산
"1인당 소득 3만달러 넘으면 라이프스타일 시장 급성장"
미국 마사스튜어트·윌리엄스소노마, 스웨덴 앤아더스토리즈 등 상륙
국내 브랜드 자주·버터와 격돌
[ 이수빈/민지혜 기자 ]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바꾸고,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만달러를 넘으면 가구와 생활 소품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게 선진국의 경험이다. 마사 스튜어트가 ‘마사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를 창업한 1997년 미국의 1인당 GDP는 3만1660달러였다. 연매출 5000만달러를 올리던 윌리엄스소노마도 이 흐름을 타고 1998년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시기가 되면 소비자들은 경쟁보다는 가족과의 관계,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리빙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미국 대표 브랜드 한국 진출
2014년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그 시작을 알렸다. 이어 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의 대표 브랜드 마사스튜어트와 윌리엄스소노마도 올봄 국내 영업을 시작한다. 해외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은 ‘집방’(집 꾸미기 방송) 열풍, 덴마크 ‘휘게 문화’ 확산 등과 맞물려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키울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사스튜어트와 윌리엄스소노마는 이르면 3월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다. 윌리엄스소노마는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윌리엄스소노마, 포트리반, 포트리반키즈, 웨스트엘름 네 개 브랜드를 내놓는다. 상반기에 문을 여는 서울 송파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에 1호 매장을 낼 예정이다. 윌리엄스소노마는 1956년 설립됐다. 현재 7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 6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카탈로그 전략으로 유명하다. 회원에게 자사 제품을 활용해 리빙 전문잡지처럼 꾸민 카탈로그를 보낸다. 광고 예산의 90%를 카탈로그에 쓸 정도다. 매장은 소비자가 윌리엄스소노마가 제안하는 생활양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다. 온라인몰에서는 인테리어 팁과 신상품 정보 등을 빠르게 공유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사스튜어트는 ‘마사스튜어트 리빙 홈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로 온라인과 홈쇼핑을 통해 먼저 침구 수건 쿠션 욕실용품 등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에는 주방용품을 추가로 출시한다. 주부들의 롤 모델인 스튜어트를 앞세워 그의 살림 비법을 잡지에서 소개하고 제품을 권한다. 생활소품 업계 관계자는 “마사스튜어트 리빙 잡지는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이라며 “잡지 내용을 한국 문화에 맞춰 현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40~50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휘게·피카 새로운 트렌드로
라이프스타일 강국으로 꼽히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브랜드도 대거 진출했다. 지난해 들어온 덴마크 브랜드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대표적인 ‘휘게’ 브랜드다. 휘게는 안락함과 느긋함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집을 공들여 꾸미고, 그 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휴식하면서 ‘힐링’하는 문화다. 이 브랜드는 북유럽 분위기의 알록달록한 색상,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아이디어 상품을 갖췄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4호점까지 냈다.
국내 소비자들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예뻐서 샀다”거나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려고 장난감, 게임 종류를 골랐다”는 반응이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올해 매장을 11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3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1호점을 내는 스웨덴의 앤아더스토리즈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강조한다. 여성복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액세서리, 문구, 잡화, 가죽소품, 화장품 등 주방용품을 빼고는 거의 다 만든다. 같은 H&M그룹의 H&M홈도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고, 스페인의 자라홈도 영업 중이다. 앤아더스토리즈는 패셔너블한 소품류, 가죽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시장의 강자인 이케아도 커피 한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스웨덴식 ‘피카’ 문화를 강조하는 브랜드다.
국내 라이프스타일숍 ‘봇물’
국내 업체들도 집 꾸미기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아성산업의 다이소는 1652㎡ 이상 규모의 대형 매장을 늘려 이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작년 10월 경기 수원에 2314㎡ 넓이 매장을 연 데 이어 12월에는 강남 고속터미널 영동선 지하 1층에 같은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2000년 이마트의 자연주의로 시작해 200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자주는 지난해 2100억원의 매출을 냈다. ‘한국형 라이프스타일숍’을 지향하는 자주는 가로수길 플래그십 매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이랜드가 2014년 선보인 버터는 2주마다 신상품을 내놓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방식을 도입했다. 10~20대를 겨냥해 1만원대 이하 저렴한 소품류를 대거 갖췄다. 올해는 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코오롱FnC가 2015년 단독 매장을 연 에피그램은 자연을 콘셉트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신세계 강남점, 현대 판교점 등 전국에 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매장을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수빈/민지혜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