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채희 기자 ] 1990년대 NHN(현 네이버) 등의 성공으로 벤처 붐이 인 이후 이렇다 할 성공 신화가 없어 잠잠하던 국내 사내벤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정보기술(IT)업계는 물론 사내벤처 제도가 없던 은행권과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관련 제도 도입이 한창이다. 저성장 시대 돌파구로 사내벤처의 혁신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임직원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분사 이후에도 본사 네트워킹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재입사 기회를 줌으로써 사내벤처 지원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부는 사내벤처 바람을 크게 반기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배종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사내벤처는 신규사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며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노력의 일환으로서도 사내벤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부는 사내벤처 바람을 업체별로 조명했다.
◆삼성전자, 150여개 ‘C-랩 프로젝트’ 진행
망고슬래브를 배출한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은 2012년 말 시작됐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선정된 프로젝트에 3~4명의 직원을 배치, 6개월에서 약 1년간 이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원하면 분사 이후에도 삼성전자에 재입사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150여개의 C-랩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이 중 분사한 기업은 20여개다.
◆아모레퍼시픽 “2년간 매출·이익 안 본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하반기부터 사내벤처를 육성하기 위해 ‘린 스타트업’ 체제를 가동했다. 직원 3~4명이 팀을 이뤄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심사를 거쳐 신사업 태스크포스(TF)팀으로 발령하는 구조다. 본사를 벗어나 별도 사무 공간에서 최소 2년간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브랜드인 ‘가온도담’과 아웃도어 스포츠 전문 선케어 브랜드 ‘아웃런’이 사내벤처를 통해 출시됐다.
◆신한은행, 업계 최초 사내벤처 시동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은행 업계에서 아이디어를 공모한 곳은 많았지만 내부 벤처 조직을 구성해 사업 추진의 전권을 부여한 사례는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이 사내벤처 TF팀을 통해 개발하는 사업 모델은 ▷고객 수익률 연동형 투자 상품 ▷생활 밀착형 정보 제공 플랫폼 ▷기업고객을 위한 공장 회수지원 펀드 등 세 가지다.
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