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행운아'였다. 1997년 밴드 더더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가수 박혜경은 히트곡이 참 많다. '한국의 크랜베리스'로 불리며 '고백' '레인(Rain)'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주문을 걸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발표한 곡 중 총 38곡이 광고에 삽입됐다.
박혜경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릴 땐 '행운아' 인지도 모르고 참 불만이 많았다"며 지난 20년 가수 생활을 회상하며 웃고 울었다.
이날 박혜경이 흘린 눈물엔 사연이 담겨있다. 잘나가던 박혜경은 지난 4년동안 방송 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전 소속사와 계약 분쟁과 사기 소송까지 얽혀 진실 증명을 위해 홀로 긴 시간을 싸워야 했다.
이후 그는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성대 폴립 진단을 받고 또 한 번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2년간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피눈물 나는 재활 기간을 거쳤다"는 박혜경은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만큼 충격적인 4년을 보냈다. 최근 새 노래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이런 날이 다시 왔다는 게 꿈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박혜경은 다시 무대에 섰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신스팝 듀오 롱디와 함께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음악 속에 담아내는 새 프로젝트 '4가지 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첫 번째 테마인 '달콤한 맛'을 주제로 만든 신곡 '너드 걸'(Nerd Girl). '너드'는 사전적으로 멍청이, 괴짜를 뜻하지만 복장이나 유행에는 관심이 없는 촌스러운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박혜경은 "가사를 보고 딱 나 같구나 싶었다"며 "데뷔 때보다 예뻐졌지만 개인적으로 외모나 성격적으로 누군가에게 어필되는 부분은 없다. 자기주장이 분명한 편이고, 예민하다는 얘기도 듣고 내가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연예인 얘기를 하면 잘 모를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다른 데 빠져있는 것"이라며 "요즘 천연비누, 꽃에 빠져있는데 거기에 빠져있으면 그것밖에 모른다. 그런 게 인연처럼 내가 '너드 걸'을 만나게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박혜경은 '너드 걸'을 시작으로 과거의 히트곡을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시도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청아하면서도 허스키한 매력적인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제 음악의 타깃은 영원히 '청년'이거든요. 어둡고 칙칙한 시국에도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만큼은 아주 단순한고 상큼하고 밝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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