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또 확산, 정부도 농가도 모럴 해저드 아닌가

입력 2017-02-08 17:56
수정 2017-02-09 06:5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소 구제역으로 또 비상이다. 지난 5일 보은에서 올해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6일 정읍, 어제는 연천 젖소농장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연천은 보은에서 200㎞나 떨어진 수도권이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축산농가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86개 가축시장을 오는 20일까지 임시휴장토록 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제에서 13일 만에 AI 의심신고가 또다시 접수됐다. AI도 끝난 게 아니다.

정부는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소 돼지 등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백신 예산만도 5년간 3800여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된 것은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의 안이한 대처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농가에 일임하고, 농가는 구제역 발생기에만 반짝 접종하는 식이었다. 백신을 맞히면 송아지 기형, 사산 확률이 높아지고 우유 생산이 준다며 기피하기도 했다. 또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평균 95.6%라는 것도 못 믿을 수치다. 9만8000여 축산농가의 10%를 표본으로 삼고 농가당 소 한 마리만 검사해 항체가 확인되면 다른 수십마리도 전부 인정해준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20%도 안 됐다. 농가는 접종하는 척, 당국은 검사하는 척한 꼴이다.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는 보상제도도 문제다. 구제역 AI 등의 살처분 가축은 정부가 시세의 80%까지 보상해준다. 물론 신고지연, 접종 위반, 재발 등의 경우 보상금 감액규정이 있지만 2년 내 2회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없다. 그러니 농가로선 굳이 비용, 수고를 들여가며 예방노력을 기울이느니 보상금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하다. 선진국들이 살처분 시 가축 사육비만 보상하거나 정부와 농가가 공동조성한 기금으로 보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농업의 경쟁력 저하는 궁극적으로 과잉 보조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이 남아돌아도 쌀 직불금이 감산을 막고, 가축 전염병이 빈발해도 보상금이 자구노력을 저해한다. 농업도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