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도덕적 해이 탓" vs "방역 책임 떠넘기기"
농장주 "백신 제대로 접종" 억울
전체 사육 소의 10%만 표본검사…축산당국 허술한 점검 지적도
[ 오형주 기자 ]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의 축산농가 모두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물백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농가에서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진실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정읍 농가 한우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한 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있어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고 7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에도 “구제역이 발병한 보은 농가 젖소 21마리를 혈액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그동안 백신 접종을 한 소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97.8%라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의심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다른 소 농가도 구제역 접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을 하지 않은 ‘모럴해저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을 제대로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구제역 판정을 받은 정읍의 한우농가 농장주는 “정부가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 돌리는 것 같아 억울하다”며 “소의 생애주기를 잊지 않고 4~5개월마다 접종했고 냉장 백신을 실온에 놔뒀다가 접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지켰다”고 항변했다. 일부에서는 구제역 백신이 효과가 거의 없는 ‘물백신’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축산당국의 허술한 점검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돼지에 대해선 전 농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혈청 검사를 했으나 소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0% 정도만 표본검사를 해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