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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냐, 경영이냐 택해라'…대학 창업교수 겸직 3년 제한
빡빡한 학칙에 창업 '위축'
기업활동 시간 제한 두기도
창업기업 매출 1년새 '반토막'
재정난에 대학도 '곤란'
한명만 빠져도 강의 부담 커져
겸직기간 창업만 예외 둘수 없어
[ 임기훈 / 박동휘 기자 ] 충남의 4년제 대학 공과대 교수인 A씨는 2013년에 창업한 의료기기 관련 기업에서 얼마 전 손을 뗐다. 교직을 유지하면서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겸임 기간(3년)이 만료돼서다.
3년으로 돼 있는 학칙을 연장해 달라고 대학 측에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불가’ 통보였다. A교수는 “초기 투자가 끝나고 회사가 궤도에 오르는 시기인데 마음이 착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수 창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빡빡한 학칙 규정이 걸림돌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에선 기업가로서의 행위를 연구 활동의 5분의 1로 제한할 정도다. 창업으로 빠지는 교수가 많아질수록 남아 있는 교수들의 부담이 커지는 등 현실적인 이유도 교수 창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창업 꺼리는 교수들
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 등 대학 교원이 창업한 기업의 총매출은 2014년 약 88억원(43개 기업 평균)에서 2015년 40억원(41개 기업 평균)으로 46.2% 감소했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수치를 집계 중인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을 경험한 교수들은 깐깐한 학칙을 걸림돌로 지목한다. 겸직 기한이 짧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은 2~3년간만 겸임을 승인해주고 연장을 1년 이내로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다. A교수의 사례처럼 창업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교수냐, 기업가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3년이면 시제품을 출시하는 단계”라며 “교직을 포기하면서까지 창업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 창업을 위한 ‘인프라’ 지원도 열악하다. 서울 지역 4년제 대학 22개교 중 교수 창업을 지원하거나 연구실 기자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학칙을 둔 학교는 단국대, 한양대 등 4개교뿐이다. 일부 대학은 기업 활동 시간에 제약을 두기도 한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교수는 “원천기술과 투자가 있어도 입시부터 지도학생 관리, 논문까지 쓰려면 여력이 없다”며 “산학협력단이 있기는 하지만 겸직이나 휴직 신청 승인을 할 수 있도록 서류만 챙겨주는 정도”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대학들 “수업은 누가 하나…”
이에 대해 대학들은 ‘교수의 본업은 연구와 강의’라고 주장한다. 한 대학본부 관계자는 “관직을 갖거나 정계에 입문하는 교수들도 동일한 겸직 규정을 적용받는데 창업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마저 재정난으로 교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도 교수 창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교수 한 명이 창업을 이유로 빠지면 남은 교수의 강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미국 명문대들은 강의만을 위한 전담 교수를 따로 둔다”며 “연구에 매진하던 교수가 창업으로 전환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석·박사 창업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배경에서다. 지방 국립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B씨는 “연구소의 주된 목표는 교수가 외부에서 따온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라며 “창업하겠다고 손드는 건 학교를 나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 겸직에 관한 규정은 대학별 자율 사항”이라면서도 “학부생보단 석·박사 및 교수들의 창업 성공률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직 기한을 늘리는 등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석·박사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창업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기훈/박동휘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