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서울대병원이 국내 대형병원 중 처음으로 대변인 직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이 지난 6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병원 직제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아직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 직책을 만들지, 공식 직책은 만들지 않고 소통 창구의 의미로 비공식 자리를 만들지 등은 결정되지 않다고 하네요. 다만 첫 대변인으로 이동연 정형외과 교수가 내정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울대병원이 대변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5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대병원은 각종 사건의 중심에 섰습니다.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받다 지난해 사망한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해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서울대병원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최씨의 단골 의원 원장인 김영재씨를 강남센터 외래진료 의사로 위촉한 것은 특혜였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김씨의 아내인 박채윤씨가 대표로 있는 의료기기 회사의 치료 재료를 병원에 납품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더 커졌습니다. 대변인 직제를 만들어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변인 자리가 있었더라도 최근의 논란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두 사건 모두 서울대병원과 구성원들이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돌이켜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변인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끝)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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