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낸 세금 늘어 세수 위축?…"그만큼 외국서 돈 더 벌었다는 얘기"

입력 2017-02-06 20:08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기업 외국납부세액공제 논란

국내외 소득 합쳐 과세 후 해외서 낸 세금 빼줘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이중과세 막기 위한 제도
전문가들 "야당 최저한세 대상 포함 주장 말 안돼"


[ 이상열/김주완 기자 ] 국내 기업이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간 4조7000억원가량의 세금을 외국에 내고 이를 근거로 한국에서 약 4조원의 공제(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외국납부세액공제 탓에 국내 세수 기반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과세당국과 세제 전문가들은 “외국납부세액공제는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세계 공통의 제도”라며 “세수 기반 위축과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늘어나는 외국납부세액공제

6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신고 기준)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4조6928억원이었다. 외국납부세액은 2011년 1조6424억원에서 2014년 3조6779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법인세 신고를 하면서 이 같은 외국납부세액을 근거로 받은 외국납부세액공제도 2011년 1조5960억원에서 2015년 3조9467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납부세액과 공제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해외 법인세율과 국내 세율 차이 등에 따라 기업이 덜 공제 받기 때문이다.

외국납부세액과 공제액은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었다. 대기업의 외국납부세액은 2011년 1조4944억원에서 2015년 4조5801억원으로, 공제액은 같은 기간 1조5118억원에서 3조8837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납부세액 증가로 국내 세수 기반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외국납부세액공제도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중과세 막는 불가피한 제도

세제 전문가와 과세당국의 해석은 다르다.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세수 기반 잠식’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미국 등 대다수 국가처럼 이른바 ‘월드와이드(world-wide) 방식’으로 법인세를 과세한다. 국내 기업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물론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하거나 지점·현지법인을 설립해 벌어들인 사업소득 이자수입 배당 로열티 등 외국 소득을 모두 합쳐(월드와이드 소득) 과세표준을 산출한 뒤 여기에 국내 세법에 따른 법인세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외국소득은 해당 소득 발생 국가에서 이미 세금을 낸 소득이다. 국내 법인세를 계산할 때 해당 세액을 빼주지 않으면 외국소득에는 세금이 두 번 부과되는 문제(이중과세)가 발생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월드와이드 방식을 택한 모든 국가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대기업의 국제거래 확대 등으로 외국 소득이 늘어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한세 적용 설득력 떨어져”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포함시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법인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저한세는 각종 세액공제·감면을 받더라도 기업이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말한다.

홍기영 인천대 경영대 교수는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외국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납부한 세금, 다시 말해 일종의 비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혜택을 부여하는 일반적인 세액공제·감면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세법 이론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상열/김주완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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