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SK그룹은 과거 정유, 통신을 주축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내수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알고 보면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75%(2015년 기준)에 달한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지만 이를 가공해 휘발유, 경유 같은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한다.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제품 대부분을 수출한다.
SK이노베이션은 고급 윤활기유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4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원료다. SK는 해외 원료사들과 합작을 통해 윤활기유 사업을 키웠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 스페인 렙솔 등이 윤활기유 부문에서 SK의 합작 파트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고부가 화학사업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전격 인수하며 단숨에 이 분야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EAA는 고부가 기능성 접착수지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치약 화장품을 보관하는 튜브형 포장재 등에 접착재료로 쓰인다. 세계적으로 다우, 듀폰, 엑슨모빌 등 4~5개 대형 화학사만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사업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분리막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얇은 필름 모양으로 비닐처럼 생겼다. 언뜻 보기엔 누구나 제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이상준 충북 증평 공장 전지소재생산팀 부장은 “배터리 내에서 리튬이온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분리막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균일하게 뚫어줘야 하는데 이 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계 분리막 시장은 일본 아사히카세이(39%), SK이노베이션(19%), 도레이(14%)의 3강 구도다.
설비 기준으론 아사히가 연간 4억1000만㎡, SK이노베이션이 연간 2억1000만㎡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2020년 아사히를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부문 세계 최강자다. 삼불화질소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지주사인 SK(주)가 2015년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 등을 위해 당시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SK 식구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반도체 호황 덕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7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첨단 D램뿐 아니라 아직까지 경쟁력이 취약한 첨단 3D(3차원) 낸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포석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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