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에어컨 시장에 대해 상반된 전망을 내놔 관심을 모은다.
에어컨 시장 전망을 먼저 내놓은 건 LG전자다. 지난달 16일 ‘휘센 듀얼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하며 최상규 한국영업본부 사장은 올해 에어컨 판매가 “작년만큼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늦더위가 왔던 데다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에어컨을 앞당겨 산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품 교환 주기가 긴 에어컨을 지난해 많이 구입해 올해는 수요가 많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빌트인 에어컨이 연 10~15%씩 꾸준히 성장하며 일반 에어컨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9일 뒤 삼성전자는 정반대 전망을 내놨다. 국내 영업을 책임지는 채민영 한국총괄 상무는 “올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에어컨 판매도 전년보다 80%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전기료 폭증을 경험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형 에어컨으로 갈아타려는 소비자가 많다”며 “‘무풍에어컨’ 성능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형 에어컨에는 필요에 따라 모터 가동 속도가 조정되는 인버터 모터가 달려 있어 시간당 전력 소모가 10년 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어든다.
이 같은 전망은 각사가 내놓은 제품 콘셉트와도 연결된다. LG전자는 에어컨에 온풍 기능도 적용해 여름 수요가 적더라도 사계절 내내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삼성전자는 냉방 기능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전망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에어컨 판매의 가장 큰 변수는 여름 날씨인데 이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가 중요한데 이는 기상청마저도 예측이 쉽지 않은 사항”이라며 “에어컨은 가전 중에 연초 전망이 가장 의미가 없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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