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몸집 2배 커졌지만 연초부터 수익률 부진
간판급 펀드도 줄줄이 고전
"고수익보다 변동성 관리 주력"
[ 안상미 기자 ]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연초 상승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올 들어 3개 중 1개꼴로 마이너스 상태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메자닌·공모주 투자로 손실 확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263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6조9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3조2000억원이던 몸집은 1년 새 두 배가량 불어났다. 진입문턱이 낮아진 헤지펀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생 헤지펀드들이 자금몰이를 해서다.
올 들어서도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지난달에만 7개 펀드가 신규 설정되면서 1000억원 가까운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이달 전체 설정액은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외형 성장과 달리 연초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63개 펀드 중 37개 펀드만 연초 코스피지수 상승률(2.67%, 1일 기준)을 웃도는 수익을 냈다.
30% 이상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올 들어 ‘마이너스’다.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메자닌’(-10.70%), ‘LK메자닌’(-3.98%), ‘아울 베테랑 공모주’(-3.83%) 등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과 공모주 펀드들이 한 달 새 4~10%의 손실로 최하위권 성적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정 시나리오에 따라 구사한 전략이 빗나갔기 때문이라는 게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연초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상승장을 주도하고 코스닥시장 내 중소형주들은 한 달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중소형주 중심인 메자닌 투자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초까지 지속되고 있는 공모주 시장의 한파도 신생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변동성 줄이는 전략 보완 중”
지난해까지 견조한 수익을 이어가던 간판급 헤지펀드마저 올 들어 주춤거리고 있다. ‘안다보이저’(-1.61%),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0.66%) 등도 지난 한 달간 손실을 냈다.
대부분 헤지펀드 매니저도 일반 주식형펀드 매니저와 마찬가지로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해 고수익보다는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보강 중이다.
박형순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변동성 관리를 위해 해외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는 등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손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주 부진으로 메자닌 투자 성과가 저조하지만 국내 경기가 개선돼 상승장이 본격화하면 헤지펀드들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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