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 "4차 산업혁명과 평화의 새 물결 '글로벌 방송쇼'로 보여주겠다"

입력 2017-02-05 18:44
수정 2017-02-06 15:55
평창올림픽 D-365일…한국 최고 공연제작자

예산 530억원으로 '저비용 고감동' 승부…내달 기획안 제출
리우올림픽 슈퍼마리오에 필적할 '와우포인트' 선보일 예정
개·폐회식장 오각형이 '최순실의 오방낭'과 비슷해 곤욕 치러


[ 유재혁 / 최진석 / 고재연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9일 개막을 앞두고 4차 테스트이벤트가 한창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을 찾아와 경기하고 있지만 대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겨울 날씨처럼 차갑다. 지난해 말 최순실의 평창올림픽 관련 사업 이권 개입 시도,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 등이 알려지면서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5년 7월 선임된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60)도 덩달아 ‘차은택 라인’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송 총감독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3일 서울 충정로 난타극장에서 만난 송 총감독은 “결백함과 사명감으로 버틸 수 있었다”며 “개·폐회식은 우리 전통문화를 글로벌 감각으로 재해석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방송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폐회식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전체로 봤을 때 5부 능선을 지났다고 보면 됩니다. 콘셉트는 나왔고, 이제 실제 제작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다음달 15~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기획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후 본격 제작에 들어갑니다.”

▷개·폐회식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뭐죠.

“방송과 카메라입니다. 경기장에 오는 3만5000여명의 관객도 중요하지만, TV로 개회식을 시청하는 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더 중요합니다. 올림픽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쇼’입니다. 카메라 규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방송위원회(OBS) 등이 70여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쇼를 촬영하는 것이죠. 이들에게 연출안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따라 행사 품질이 확 달라질 겁니다.”

▷개회식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습니까.

“평창 다음에 일본 도쿄올림픽,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이어집니다. 외국인이 볼 때는 비슷한 동양 문화죠. 차별화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작가와 인문학자들을 만나 자문회의를 했습니다. 우선 전통문화 특성인 ‘조화’를 도입할 겁니다. 가령 중국의 만리장성, 자금성은 자연을 압도하는 형태입니다. 일본은 오밀조밀한 인공미가 두드러지고요.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더 중시합니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 대청에 앉으면 나지막한 담벼락이 있고, 그 너머로 산이 보입니다. 산이 정원이기에 일본처럼 마당에 따로 정원을 꾸미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현대문화의 특색인 ‘융합’을 결합할 겁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한국 문화를 ‘컨버전스, 하이브리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한류도, K팝도 융합의 산물입니다. 또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느끼는 첫 이미지는 ‘열정’입니다. ‘빨리빨리’도 결국은 열정입니다. 한마디로 조화, 융합, 열정이 어우러진 개회식이 될 것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회식은 적은 예산으로 환경보호를 강조해 호평받았습니다.

“IOC에서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IOC 관계자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평창올림픽은 한국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세계인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속쇼’가 아니라 글로벌 행사였으면 좋겠다는 뜻이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평창올림픽은 유일한 분단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입니다. 그래서 ‘평화’를 핵심 메시지로 잡았습니다. 조화와 융합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열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겁니다. 폐회식은 ‘넥스트 웨이브(next wave)’를 큰 주제로 잡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데 이걸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난타’의 흥행 비결로 “관객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걸 공연계에선 ‘와우포인트’라고 말합니다. 셀 수 없는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와우포인트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리우올림픽 개회식 때 태양을 상징하는 장면도 와우포인트입니다. 폐회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도쿄올림픽을 홍보하는 장면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보여줄 것입니다. 행사장에 땅을 파놓은 것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축구장에서 하다 보니 잔디를 건드리지 못하고 평면에서만 왔다 갔다 했습니다. 뮤지컬에서는 지하 리프트 무대를 많이 사용합니다. 지하 3m를 파고, 위로 2m를 올려서 5m의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배우들이 밑에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장점을 마련해놨죠. 세부 구성안은 대외비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습니다.”

▷개·폐회식장이 오각형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연출에 도움이 되는지요.

“총감독에 선임됐을 때 직사각형 모양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올림픽 개·폐회식 대부분이 직사각형 축구장에서 열렸다는 겁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는 경기를 하지 않고, 개·폐회식만 합니다. 축구장처럼 지을 이유가 없죠. 그래서 다른 모양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내 유명한 세트 디자이너 기술감독을 불러서 회의했더니 눈꽃 모양의 육각형을 제안하더군요. 저도 동계올림픽이니 눈꽃을 상징하는 육각형이 적절해 보였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건설사인 대림에 줬는데 육각형으로 하면 예산이 많이 든다며 오각형을 역제안하더군요. 오각형은 올림픽 오륜기, 동양철학의 음양오행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각형으로 짓기로 했는데, 그게 나중에 ‘최순실 오방낭’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생했습니다.”

▷개·폐회식 예산 집행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작년 8월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저비용 고감동’으로 만들라는 압력이 강해졌습니다. 현재 530억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예산이 250억원이었습니다. 리우올림픽은 600억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예산이 리우보다 작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6000억원, 밴쿠버동계올림픽은 1715억원, 런던올림픽은 1839억원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1500억~2000억원을 씁니다. 우리는 25~30%의 예산으로 치러야 하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해내야죠.”

▷작년 말 새 연출가가 선임됐습니다.

“작년 8월 정구호 씨가 사퇴한 뒤 공석이었다가 12월에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49)를 연출로 선임했습니다.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을 한국적인 소재로 제작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인물입니다. 이 점이 저랑 통합니다. 글로벌하면서도 동서양의 융합을 꾀합니다. 호흡이 잘 맞습니다.”

▷정구호 씨가 연출직에서 사퇴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의견 충돌이 잦았다고 하던데요.

“아이디어 구성 회의는 브레인스토밍입니다. 한 사람이 제안하면, 다른 한 사람이 반대 의견을 냅니다. 모두 입을 모아 ‘네’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죠. 저는 이견을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갈등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건 시간입니다. 그분은 너무 바빠서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조직위는 연출로서 시간을 더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정된 스케줄이 많아 힘들다고 했습니다.”

▷송 감독이 차은택 라인이어서 총감독에 임명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황당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차은택 관련설은 휘문고 동창이라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13~14년 후배까지 챙길 수는 없습니다. 차은택 감독이 워낙 유명한 연출가니까 이름도 알고 본 적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회의해본 경험이 없고, 개인적으로 통화를 한 적도 없습니다. 자꾸 뭐가 있지 않으냐고 물어보는데 없는 걸 어떻게 만들어냅니까.”

▷송 감독이 공모도 안하고 총감독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맨 처음에 조직위에서 찾아와서 공모에 참여 하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도 잘나가는 연출인데 외국 사람들 앞에서 심사 받는 게 자존심 상하고, 경쟁 프리젠테이션(PT)을 하라 하는데 윤호진, 손진책 같은 선배님들이랑 함께 서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말하는 것도 어렵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윤호진, 손진책 선생님도 같은 이유로 안 했다고 하더군요. 조직위에서 총 36명에게 공모 참여를 권유했는데 이 중 두 명만 응했다고 합니다. 그 두 분으로 심사를 했는데 적임자가 없다고 나왔습니다. 문체부에서 급하니까 선정위 만들어서 공모 안한 사람 대상으로 검토를 했고 공연도 잘 알고 방송도 잘 아는 송승환이가 괜찮겠다며 낙점한 겁니다.

이번 최순실 사태로 마음 고생을 엄청나게 했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차은택, 최순실을 정말 몰라서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사명감도 생기더군요. 나라가 이 모양이 됐는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잘해야겠다고 말이죠. 또 ‘내 팔자인가보다’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설수 의혹 때문에 심란하다가도 팀원들과 정신없이 회의하면 그렇게 재미있어요.”

■ 송승환 총감독은

한국 최고의 공연 제작자로 불리는 송승환 씨(60)는 1965년 KBS 아역 성우로 데뷔해 20대에 예능 MC와 드라마 배우 등을 오가며 만능 연예인으로 유명해졌다. 인기 정상에서 미국으로 떠난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에 심취했다. 귀국 후 1997년 공연기획사 PMC프로덕션을 설립하고 그해 10월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를 초연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히트했다. 난타는 지금도 국내외 6개 전용관에서 매일 공연하며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서울 세 곳과 제주 한 곳, 태국 방콕과 중국 광저우 등에 전용관을 설립해 20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1957년 서울 출생 △1976년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입학 △1997~2012년 PMC프로덕션 공동 대표 △2010년~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2012년~ 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2015년~ 세종문화회관 이사회 선임이사 △2015년 7월~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정리=최진석/고재연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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