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대선 테마주가 횡행하는 진짜 이유

입력 2017-02-05 17:17
‘반기문 대선 불출마’ 발표 때 국내 증시에서도 적지 않은 소란이 있었다. 발표 바로 다음날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폭락한 것이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13개 종목 모두가 반기문 테마주였다. 반면 ‘황교안 테마주’와 ‘안희정 테마주’ 일부는 급등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학 동문이 대표라는 이유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같은 운동권 연고의 대표가 경영한다고 특정 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반기문 지지표 중 보수 성향은 황교안으로, 충청 표심은 안희정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 시장의 출렁거림이었다.

이런 우스운 현상이 처음도 아니다. 18대 대선 때는 ‘안철수 테마주’로 피눈물을 흘린 개미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급등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치 테마주는 한국 증시의 후진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테마주의 범위도 무척이나 넓어 ‘김무성 테마주’ ‘박원순 테마주’도 있었다. 김무성 테마주의 하나가 김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 당일 25% 폭락한 뒤 관심권에서 밀려버린 것에서 보듯, 냉정한 투자자에겐 황당하기까지 한 현상이다.

문제는 기형적인 정치 테마주가 선거 때면 되풀이되고, 상당수 투자자가 테마 정치인의 당락이 해당 기업의 진퇴를 좌우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개미들의 소곤거림을 넘어 전문 애널리스트그룹도 그런 얘기를 증폭시킬 정도로 한 기류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테마주가 허황된 얘기만도 아닐 수 있다는 현실론에서 이를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 최상부에 정치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입법독재의 국회는 모든 게 통하는 최고의 권력이다. 정치권에 밉보이면 굴지의 대기업도 얼마든지 휘청거릴 수 있고, 권력을 잡은 정파와 인연이라도 있는 데는 권력형 부나비들이 몰려드는 게 현실이다. 검찰수사, 세무조사, 공정위 제재 등을 예상해보면 정치권력은 기업의 생사까지 좌우할 정도다. 후진적 정치 관행이 첨단 자본시장조차 줄 대기 경연장, 눈치싸움 장으로 전락시켜 왔다. 오도된 정치의 해악이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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