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입안 가득 상큼한 스페인의 향…볶음밥 '파에야'와 궁합 딱이네

입력 2017-02-05 16:31
수정 2017-02-05 16:32
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카탈루냐에서는 카바를


유럽을 여행하면서 부담 없고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스페인이 빠질 수 없다. 쌀을 주식으로 활용하고, 마늘이 어느 요리에나 들어가며 고춧가루 같은 피멘톤(pimenton)도 들어 있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스페인 가정에서는 “무슨 요리건 팬에 올리브유와 마늘을 볶는 것으로 시작해 후추나 피멘톤을 뿌리는 것으로 끝낸다”고 한다. 식사할 때 와인은 필수다. 서양식에서 와인은 우리의 국과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스페인에서라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스페인 음식 중 해산물 파에야에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파에야는 볶음밥과 비슷한 스페인 요리다. 커다란 팬에 고기, 해물, 채소 등을 볶다가 쌀을 넣고 향신료인 사프란으로 우린 육수를 부어 바닥이 눌어붙도록 익힌 요리다. 발렌시아에서 시작된 파에야는 스페인 전체로 퍼졌다. 특히 각 지방의 요리가 모여 각축전을 벌이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가장 화려하게 변했다. 발렌시아의 파에야에는 콩, 버섯, 닭고기가 주로 들어가고, 카탈루냐의 파에야에는 새우, 조개,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듬뿍 올라간다.

카탈루냐의 작은 시골 마을 음식점에서 파에야를 주문하자 현지인 요리사는 “소카라트도 먹을 거지?”라고 물었다. 모르는 음식 재료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밑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말한 거였다. 꼭 먹겠다고 대답하자 그는 “소카라트야말로 파에야의 생명이지!”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음식 특성을 고려해 화이트 와인도 주문했다. 기름지고 짭짤하고 해물이 많고 바삭바삭한 요리에는 깔끔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 마치 철판 닭갈비에 오이미역냉국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날 마신 와인은 샤르도네(chardonnay)와 마카베오(macabeo) 품종으로 만든 것이었다. 향은 레몬과 파인애플처럼 감돌고, 맛은 달지 않고 상큼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소믈리에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주문 전에 우선 두 가지 개념을 알아두자. 첫째는 원산지명칭제도에 따른 6가지 등급이다.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건 DO(일정 기간 동안 엄격한 포도 재배 기준을 지킨 생산지)나 DOC(수년간 DO 와인으로 인정받은 곳 중 더 깐깐한 기준에 맞는 생산지)다. 이 둘에 속한다면 수준급 와인인 셈이다. 둘째는 숙성에 관한 구분이다. 크리안사(crianza·6개월 오크통 숙성을 포함해 최소 2년 숙성), 레세르바(reserva·1년의 오크통 숙성을 포함해 최소 3년 숙성),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18개월의 오크통 숙성을 포함해 최소 5년 숙성)로 나뉜다. 보통 오래 숙성한 와인일수록 우아하고 깊은 맛이 난다.

복잡한 용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카바(cava)’를 달라고 하자. 카바는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데, 마치 탄산수나 맥주처럼 여러 요리에 무난하게 어울린다. 식전주로 입맛을 돋워주고, 여럿이 모이는 파티에도 잘 어울린다. 카탈루냐 지방의 카바는 수준급이다. 코도르니우와 프레시넷이 가장 유명한 생산자다.

프랑스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병 숙성을 거쳐 카바를 만들기 때문에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중해와 맞닿은 카탈루냐의 해변 레스토랑에 들른다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나보영 여행작가는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전문지 ‘주류저널’의 수석기자로 5년간 여행과 와인을 담당했다. 세계 와인 생산지를 여행하며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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