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수도시설 소독 설비, 염소투입기 기준 완화 논란

입력 2017-02-03 18:43
유량 검사범위·단계 축소
조달청, 표준변경 추진에 업계 "소독성능 저하" 반발


[ 심은지 기자 ] 소규모 수도시설의 물을 소독하는 설비인 염소투입기의 표준규격서를 두고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먹는 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는데 새로운 염소투입기의 성능 기준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이달 소규모 급수시설용 염소투입기의 표준규격서를 새로 공고할 계획이다. 염소투입기는 산골마을이나 섬처럼 상수도시설이 없어 계곡수, 지하수 등을 사용하는 지역에서 주로 쓰인다. 조달청 산하 조달품질원이 2년마다 표준규격서를 공고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 규격서에 적합한 제품을 구매한다.

이번엔 품질규격서의 ‘소독물량 대비 염소투입량’ 기준이 바뀐다. 염소투입기는 유량에 따라 적정량의 염소를 넣는 성능이 중요하다. 기존 품질규격서엔 유량이 시간당 0.01t 흐를 때부터 20t 흐를 때까지 총 4단계에 걸쳐 검사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0.01t과 20t을 제외하고 1~10t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시험한 성적을 내도록 했다. 기존보다 검사 범위와 단계가 줄었다.

정부는 0.01t과 20t까지 검사하는 건 불필요한 규제라는 의견이 많아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달품질원 관계자는 “전국 1만7000여개의 소규모 급수시설 평균 유량은 시간당 2~3t 수준이기 때문에 시간당 0.01t이나 20t 규모의 유량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뭄 홍수 등에 따른 유량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염소투입기 제작업체 대표는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급수시설의 물이 전혀 소독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물 안전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조달과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권한 밖의 일이라고 뒷짐을 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안전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수도시설을 지방 상수도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소규모 수도시설에 센서를 부착해 수질을 관리하는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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