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보따리'로 트럼프에 구애
10일 양국 정상회담 앞두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투자
경제분야 장관협의체 추진도
자동차 무역·엔저 등 잇단 공격에 긴장
트럼프 눈치보며 '동맹 강화' 주력
[ 도쿄=서정환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가칭)란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일자리 창출에 일본 공적연금(GPIF)까지 동원하면서 일본 내에서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공적연금, 美 인프라 채권에 투자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제안할 경제협력 방안이다. 초안에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 △미·일 공동으로 제3국 인프라 투자 △로봇·인공지능(AI) 분야 공동 연구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동 대처 등이 포함됐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는 미국 기업의 인프라 관련 채권에 투자해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GPIF는 전체 운용자산 130조엔(약 1320조원) 가운데 5%까지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다.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 중인 고속철도 정비 프로젝트에 장기로 자금을 대여할 예정이다.
인프라 사업 투자로 미국 내에서 수십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의료 및 간호용 로봇의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원자로 폐로를 위한 공동 연구도 검토 과제 중 하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프라 정비에 일본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회담에서) 제대로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무역정책과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미·일 장관급 협의체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측에서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등이, 미국 측에서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여한다. 양국 간 장관급 협의체 설치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실무책임자 美에 급파키로
일본 정부가 이런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일 경제 분야 공세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자동차 교역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엔 일본을 중국 독일과 함께 환율조작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엔저(低) 정책에까지 태클을 건 것이다.
화들짝 놀란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외환정책 실무책임자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재무성 재무관을 미국에 급파해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벌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을 과시하려는 아베 총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보 분야에선 일본 내 미군 주둔비용 분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미·일 안전보장조약 적용 대상 확인 등 난제가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일 회담에 이어 1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골프 라운딩을 함께할 예정이다. 골프 회동은 지난달 28일 전화회담에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가 “언제 함께 (골프)라운딩을 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에 워싱턴DC는 추워서 골프를 할 수 없다”며 “플로리다로 이동해 팜비치에서 하자”고 응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