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임상 돋보기]한미약품과 ABL바이오 이중항체 전임상

입력 2017-02-02 09:30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기사만 봐서는 모르겠어. 데이터를 봐야 알지." 높아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만큼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 없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요 임상 데이터를 이 곳을 할애해 전달한다.[편집자주]

한국의 대표 신약개발 기업인 한미약품은 연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이중항체 기술인 '펜탐바디'를 소개했다.

항체란 질환을 일으키는 항원과 결합해 항원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이다. 이중항체란 말 그대로 두 가지 항체로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잡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질환들의 발병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여러개의 경로와 요인으로 인해 암 등이 생겨나고 진행되는 것이다. 때문에 한 가지 원인을 잡았다고 해도, 다른 경로를 통해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다. 한 가지 경로나 요인을 잡는 단일항체보다 두 가지를 막는 약의 효능이 더 좋을 것이란 게 이중항체의 개념이다. 최근 두 가지 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 펜탐바디, 세포 실험서 가능성 입증

'펜탐바디'는 두 개의 팔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팔이 면역세포 및 암세포와 결합해 암세포에 대한 면역세포의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펜탐바디를 활용한 2개의 체외 실험(In vitro) 결과를 공개했다.

첫번째 실험은 각각의 팔에 'HER2' 항체와 'PD-1' 항체를 붙인 이중항체(BsAb·Bispecific antibody)에 관한 것이다. HER2는 암세포의 증식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이다. 특히 유방암에 많이 존재한다.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Trastuzumab)은 HER2 양성 반응이 있는 전이성유방암이 대상이다.

PD-1은 활성화된 'T세포'(면역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PD-L1'은 PD-1과 결합해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단일항체 면역함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PD-1에 먼저 결합해 T세포가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이 실험은 HER2 항체와 PD-1 항체 단독 투여, 두 항체의 병용투여(combination) 그리고 펜탐바디를 적용한 이중항체의 HER2 및 PD-1과의 결합력을 봤다. 가로축은 HER2, 세로축은 PD-1과의 결합 정도를 나타낸다. 실험 결과 펜탐바디 이중항체는 단독투여(1.5%) 및 병용투여(1.7%)보다 높은 43.7%의 결합력을 보였다. 이중항체가 암세포로 T세포를 더 많이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두번째 실험은 인간 비소세포폐암(NSCLC) 세포주에서 진행한 것으로 효능을 들여다봤다. PD-1 항체와 PD-L1 항체 단독 투여, 병용투여 그리고 이중항체 투여가 이뤄졌다.

각각을 세포주에 투여한 결과 PD-1과 PD-L1의 이중항체는 10pM의 농도에서도, 병용투여 50pM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더 적은 양으로도 비슷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는 뜻이다.

◆ ABL바이오, 5월 이중항체 임상1상 신청

국내 기업 중 이중항체 기술을 가지고 가장 빠른 연구개발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곳을 ABL바이오다. 'ABL001'의 경우 전임상을 마치고 오는 5월 임상1상 승인(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ABL바이오의 이중항체는 네 개의 팔을 가지고 있다. 각각 2개의 팔이 다른 항원을 잡는다.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팔이 많을수록 효과가 더 좋을 것이란 가설이다.

ABL001은 'VEGF'와 'Dll4' 항체로 이뤄져 있다. VEGF는 암세포 증식을 위한 혈관 형성 인자다. 항체가 VEGF와 결합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원리로, VEGF 표적 단일항체 항암제인 '아바스틴'의 연매출은 7조원 규모다. ABL바이오는 여기에 혈관 생성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Dll4를 추가로 붙였다.

ABL001의 동물모델 실험결과는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폐암과 위암 동물모델에 ABL001을 투여한 결과, VEGF 항체와 Dll4 항체 단독투여보다 종양(tumor)의 크기가 더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ABL001은 위암 모델에서 Dll4 항체 단독투여 대비 암세포의 사멸을 더 많이 유도했다. 빨간 점이 사멸된 암세포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는 "ABL001은 영장류인 원숭이 모델에서 독성실험도 끝냈다"며 "임상1상을 위한 시료 생산도 완료한 상태로, 현재 임상시료의 안정성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똑같이 VEGF와 Dll4를 표적으로 이중항체를 개발하고 있는 온코메드의 후보물질과도 자체 실험을 통해 우월성을 확인한 상태다. 임상1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전임상에서 효과가 뛰어났던 위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을 고려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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