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것을 참모진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 뒤 마포 사무실로 돌아와 그동안 실무적인 뒷받침 해준 참모들과 인사를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여러분을 너무 허탈하게 만들고 실망시켜 드려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뜯어 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거 같다. 정치인들은 단 한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 여러분 모두 앞으로 일하시는 분야에서 크게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제일 미안한 생각이 드는게 여러분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다.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좌절하면서도 그 분들 때문에 버틴 것이다"라고 전했다.
일부 참모들은 반 총장과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불출마 선언 전문.
갑자기 기자회견 요청에 참석해주셔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월 12일 귀국한 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한 후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을 만나고 민심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종교, 사회 학계 및 정치분야 여러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 그분들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이나라가 정치·안보·경제·사회의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있으며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쌓여온 적폐가 더이상은 외면하거나 방치해둘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인한 국가 리더십의 위기가 겹쳤습니다. 특히 이러한 민생과 안보·경제 위기 난국 앞에서 정치지도자는 국민들이 믿고 맡긴 의무는 저버린채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습니다. 제가 10년간 나라 밖에서 지내며 느꼈던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나라, 실패한 나라를 보고 그들의 지도자들을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왔습니다. 그리하여 분열된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 정치문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게 제 몸과 마음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순수한 포부를 인격 살해 가까운 음해와 각종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혁혁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제게 따뜻한, 함께 가까이서 일해온 여러분들의 실망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안고있는 문제들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10년 동안의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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