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두 스포츠 스타의 운명이 엇갈렸다. 야구 국가대표 타자 이대호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대우인 4년 계약 총액 150억원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반면 농구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은 팀 재건을 이유로 떠밀리듯 부산을 떠났다.
31일 부산 kt 소닉붐 농구단은 조성민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조성민과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창원 LG 세이커스에 내주는 대신 김명환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이었다.
조성민은 kt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2006년 kt의 전신인 KTF에서 데뷔해 선수 생활 내내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는 트레이드 발표 직후 "내가 이 팀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t가 조성민을 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을 젊은 선수들로 재건해 다음 시즌 재도약 한다는 목표다. 하향세에 접어든 프랜차이즈 스타를 포기하는 대신 미래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팬들은 달랐다. 팬들에게 미래는 '조성민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kt 농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엔 1일까지 팬들의 항의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팬들은 "10년 동안 헌신한 에이스를 이렇게 버릴 수 있나" "부산에서 떠나라" "분하고 참담하다"는 등의 댓글로 구단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kt의 선택은 이대호를 친정으로 복귀시킨 롯데 야구단과 비교된다.
롯데는 지난 24일 이대호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롯데 유니폼을 벗은 지 6년 만이다. 롯데가 이대호에게 투자한 금액은 종전 자유계약(FA) 최고액보다 50억원이나 많다. 롯데는 이를 '이대호에 대한 예우'로 설명했다.
이대호가 친정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부산은 들썩였다. 벌써부터 "그동안 야구장에 발길을 끊었지만 이제는 자주 가야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관중 감소로 '구도(球都)'의 명성을 잃어가던 사직야구장이 다시 야구팬들로 붐빌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즌권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롯데 구단이 운영하는 SNS엔 "이대호의 새 유니폼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모두 프랜차이즈 스타가 만들어내는 효과다. 롯데 관계자는 "이대호 관련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팬들 만큼 구단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가 이대호를 복귀시킨 이유가 마케팅은 아니다. 이대호가 가세한 타선을 앞세워 올 시즌 5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대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롯데에서 우승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사직구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조성민도 꿈도 이대호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kt를 우승시키고 내 등번호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유니폼이 사직체육관에 걸리는 게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등번호인 10번을 달았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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