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개헌협의체' 구성제안에 주자들 "관심없다"

입력 2017-02-01 10:54
수정 2017-02-01 10:58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모든 정당·정파 대표들이 참여하는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데 대해 각 당이나 대선주자들은 "관심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국민의 요구와 동떨어진 정치권만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다"며 "국민은 지금 개헌이 아니라 개혁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도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개헌문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헌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반 전 총장은 국정농단의 책임을 져야 할 세력에 속한다. 개헌협의체 논의를 꺼낼 주체가 아니다"라며 "단지 큰 자리에 계셨다는 유명세만 갖고 억지스러운 통합을 말하는 건 작위적"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반 전 총장은 개헌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모습부터 밝혀야 한다"며 "자칫 개헌 논의가 반 전 총장 개인의 지지율 반등이나 정계개편의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선 전 개헌에 긍정적인 주자들도 반 총장의 제안은 무리가 있다고 봤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논평을 내고 "반 전 총장이 '개헌협의체'와 '촛불 변질'을 동시에 말하는 건 모순"이라며 "개헌 논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해야지, 반문(반문재인)연대와 같은 정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개헌협의체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입장문을 통해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국정농단 세력인 새누리당을 제외하지 않는다는 것과 넓은 개헌이 아닌 권력구조만 바꾸자는 좁은 개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제안 발표과정에서 '광장의 민심이 초기 순수한 측면보다 변질된 측면도 있다'고 한 발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동안 보여준 모호한 정체성만큼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반 전 총장은 정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닌데 개헌 관련 기구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개헌 논의는 외부 기구가 아닌 국회 내 개헌특위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유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이고, 국회가 단일한 개헌안에 합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반기문 전 총장은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정당과 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선 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낡은 틀 깨고 헌법 고쳐서 승자 독식하고 승자가 제왕적 대통령 되는 권력구조 바꿔야된다"며 "수명 다한 5년 대통령제 폐지하고 분권 협치하는 새로운 대통령제 틀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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