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포차, 인형뽑기방, 코인노래방 등…
'레드오션' 자영업 시장서 인건비 줄여 살아남자
불황에 알바생 필요 없고 관리 쉬운 사업에 몰려
[ 성수영 기자 ]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있는 ‘편의점포차’는 자급자족 술집이다. 손님이 소주 맥주는 물론이고 냉장·냉동식품 라면 과자 같은 안주를 직접 가져다 먹는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술집은 가격이 저렴해 20대 청년 사이에서 인기다. 99.2㎡ 매장에 하루 200여명이 찾는다. 손님들이 몰리지만 아르바이트생 한 명 없다. 사장 혼자 테이블을 정리하고 술값을 정산한다. 김규연 편의점포차 대표(32)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 고용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운영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로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403만7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9만6000명 늘었다. 연말 기준으로 2001년(12만명) 이후 1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편의점포차 같은 ‘슈퍼형 주점’뿐만이 아니다. 인형뽑기방, 코인노래방 등 혼자 할 수 있는 창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상주 인력 없이 기계만 들여놓으면 운영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은 2015년 21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 말 5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8월만 해도 100곳가량이었지만 3~4개월 새 다섯 배로 급증했다. 코인노래방도 마찬가지다. 한 노래방 기기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이뤄진 노래방 창업의 90% 이상은 코인노래방”이라며 “기존 노래방들도 코인노래방 기계를 구매해 무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홀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자영업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영업은 갈수록 ‘레드오션’(경쟁이 극심한 시장)이 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 탓에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관리비,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 ‘나홀로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이나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한 노년층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노량진역 근처에서 코인노래방을 연 윤모씨(62)는 “종업원 관리 부담 없이 기계만 유지보수하면 되니 자영업 초보자도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했다.
인터넷 구직사이트 알바천국은 지난 24일 ‘2017 아르바이트 채용 트렌드’를 통해 “나홀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지난해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등록한 50대 이상 이용자가 전년보다 700% 넘게 급증했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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