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은 1000억원 대출 뒤 롯데제과 주식 추가 매입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2500억원 대출 뒤 신격호 회장 세금 대납에 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00억원을 대출받은 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롯데제과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2500억원을 대출받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금을 대신 납부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계열사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행보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2126억원의 증여세를 대신 내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검찰은 롯데그룹을 수사한 뒤 신 총괄회장이 서미경씨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로 서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서씨가 일본으로 도피해 지분 공여자인 신 총괄회장이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
SDJ 측은 신 총괄회장이 거액의 세금을 내려면 보유 중인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데 현재 여건상 여의치 않다고 보고 신 전 부회장이 대신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인 지정을 받은 신 총괄회장의 재산 처분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장기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신 전 부회장 측에 해당 금액을 상환할 것이라고 SDJ 측은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은 일단 증여세를 납부한 뒤 세금 불복절차를 밟기로 했다.
신 전 부회장은 1월 3일부터 25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250만5000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신 전 부회장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지분 평가액은 5600억원 정도였지만 대출액은 2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계열사를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SDJ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금액 대부분을 신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용으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금을 내면 수백억원 가량이 남지만 계열사 지분 확보나 신규 사업에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날 8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주식 4만180주를 장내 매입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8.78%에서 9.07%로 올라갔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101만주를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1000억원가량을 대출받았다. 대출액 중 920억원 가량이 남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대출액을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어떻게 쓸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