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거불안 해소, 저출산 극복의 한 방법

입력 2017-01-30 17:42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산·저성장
주거안정 통해 마을공동체 회복
출산·양육 부담 덜어줄 수 있어야

남경필 < 경기지사 >


당장 올해부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15%에 육박해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 ‘인구절벽’ 현상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가 줄면 생산과 소비 역시 감소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보통 생산가능인구가 많아야 국가 경제가 활력을 띠는 만큼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의 활기 역시 저하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도 저출산 현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려운 일이 됐을까.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제적 문제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주거불안 등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최근 5년간 전국 16개 시·도의 주택가격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의 매매·전세 가격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고, 초산연령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 수원 화서동의 한 아파트에 초대돼 방문한 적이 있다. 단지 입구부터 꽃이 만발해 있었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주민의 안내로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 봤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인근에 사는 대학생, 고등학생들이 재능기부를 하며 아이들에게 영어, 수학을 공부시키고 있었다. 공동체가 형성되니 아빠들도 자연스럽게 눈 치우기나 교통정리 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유대감 때문인지 다른 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1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많을 뿐 아니라, 육아 부담을 분담하니 셋째 아이까지 낳는 가정이 늘었다고 들었다. 마을 공동체의 회복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례로 확인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에서는 작은 실험을 준비했다. 마을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도록 경기도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해 2020년까지 ‘따뜻하고 복된’ 따복하우스 1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명 ‘경기도형 행복주택’인 따복하우스는 정부의 행복주택과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경기도 차원의 임대료 지원 등을 결합한 주거지원 제도다. 출생 자녀 수에 따라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성했고,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육아환경 조성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따복부부모임터, 따복놀이터 등을 통해 공동육아가 가능하도록 하고 부부교육, 출산지원, 안심보육환경 등 입주자 생애주기에 맞춘 신혼부부형 따복공동체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어렸을 적엔 밖에서 놀다가 배고프면 다 같이 친구 집에 뛰어들어가 밥도 얻어먹고 낮잠도 자고 온 마을이 한 가족처럼 지냈다. 그때 느꼈던 따뜻함과 행복을 되살린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따복하우스 도입으로 출산율이 하루아침에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주거 안정을 통해 저출산을 해소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실천이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남경필 < 경기지사 >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