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인재개발원 로비엔 택시가 있다

입력 2017-01-29 16:05


(정지은 산업부 기자) 경기 용인에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 1층 로비 중앙에는 커다란 ‘포드 디럭스 세단’이 놓여 있습니다. 이 자동차는 1935년형으로, 만들어진지 무려 82년이나 됐는데요. 이 오래된 자동차가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에 놓여있는 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금호아시아나라고 하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항공이 아닌 택시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은 1946년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구입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광주택시’였습니다. 당시 택시 1대의 가격은 8만환이었다고 합니다. 요금은 시내 주행시 1회 승차에 50환, 4㎞를 초과할 때마다 1㎞당 20환이었고요.

그 시절엔 택시 영업방식이 요즘과 많이 달랐습니다. 승객이 회사로 연락을 하면 정한 시간과 장소에 차를 대는 일종의 예약제로만 운영됐다네요.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회갑연이나 결혼식에 광주택시를 대절해서 시내 한 바퀴를 도는 것을 큰 호사로 여겼다”며 “친절한 서비스로 명성을 쌓으며 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광주택시의 성공을 발판으로 박 창업주는 광주고속 등을 키우며 운송업계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으로 하늘과 육상을 누비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요.

현재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에서 볼 수 있는 포드 디럭스 세단이 바로 창업 당시와 같은 모델입니다. 박 창업주의 아들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창업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취지에서 2005년 이 차량을 인재개발원에 전시했습니다. 택시는 오랜 수소문 끝에 영화, 광고 제작 지원용으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로부터 1억원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그해 차량 구입 직후 시승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친께서 46세라는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를 구입, 사업을 시작한 지 내년이면 꼭 60년이 된다”며 “선친의 집념과 도전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택시에 오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요즘도 금호아시아나에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이 택시에 대한 설명을 가장 먼저 듣는다고 합니다. 창업의 모태가 된 택시를 보며 박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배우도록 하는 게 회사의 지침이라네요. 전시된 택시 앞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카존’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래봬도 금호아시아나 내에선 ‘특별한 명소’로 꼽힌답니다.(끝)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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