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산업부 기자) 지난 26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한때 200만원을 ‘터치’했습니다. 종가는 199만5000원. 설 연후 이후 증시는 삼성전자 주가가 언제 200만원대에 안착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불과 1년 전 주가가 110만원대였습니다. 이 정도 덩치의 주식이 1년만에 2배 가까이 오르는 건 드문 일이죠. 바햐흐로 삼성전자 주가 200만원대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바라보는 삼성그룹의 시각은 복합적입니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면 삼성전자의 주식이 오르는 것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삼성 지주회사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에 불과합니다. 이 부회장이 17.08%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사와 합병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간의 주가 차이가 클수록 이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삼성 지주사의 지분율은 줄어듭니다. 상장사 두 곳이 합병할 때 주식 교환비율은 일정기간의 주가 평균을 통해 구해집니다. 삼성물산 지분 보유액이 동일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높을수록 받아올 수 있는 합병법인의 주식은 줄어듭니다. 이 부회장이 보다 많은 삼성 지주사 지분을 확보해 경영안정성을 높이길 바라는 삼성 입장에선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삼성이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들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가 올리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 IR 직원들이 저렇게 열심히 뛰는 건 처음 본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은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 급락할 때까지 계속 됐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 수준이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수완을 반영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3세 경영인으로서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 수완을 검증 받는 것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통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이 반영된 결과가 삼성전자의 주가입니다. 실제로 최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 구속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 구속을 반대하는 이들은 역대 최고치인 삼성전자 주가를 이유로 들기도 했습니다. 등기이사 취임에 이어 삼성전자 회장직도 이어 받아야 하는 이 부회장도 경영 실적을 인정 받아 삼성전자의 주가가 높은 가운데 그룹 수장에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삼성에서는 아무래도 긍정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의 주식을 증여 받았을 때 이미 그룹 승계는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은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가지고 가기 위한 노력일 따름입니다.” (끝) / autonomy@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