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마다 기업들은 이웃 돕기에 적극 나선다. 몇년 전까진 연탄이나 라면 박스를 나르는 광경이 흔했다. 기부금을 쾌척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도 많았다. 요즘은 다르다.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사회공헌을 해야겠다고 기업들이 고민한 결과다.
◆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
파스퇴르는 지난 24일 미혼모 지원시설인 서울 송파구 도담하우스에 ‘파스퇴르 위드맘 액상분유’ 4500세트를 기부했다. 이 액상분유는 미혼모 지원시설에 등록된 미혼모 1500명에게 전달됐다.
파스퇴르를 운영 중인 롯데푸드는 미혼모 대상 육아교육 프로그램인 ‘파스퇴르 육아교실’도 지원한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미혼모 지원시설 ‘애란원’에서 10여명의 미혼모에게 ‘건강한 아이와 엄마’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파스퇴르 예비엄마교실’과 ‘파스퇴르 엄마 사관학교’ 등을 통해 올바른 수유법과 응급처치, 엄마 건강 관리법도 전수한다. 손희영 롯데푸드 경영지원부문장은 “이번 지원 사업을 준비하면서 만나본 미혼모들은 어린 나이지만 밝고 씩씩하게 자신에게 찾아온 소중한 인연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매일유업도 유아식 전문 브랜드 ‘앱솔루트’로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하트밀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국내에서 5만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알리고 환아와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매일유업은 18년째 선천성 대사 이상 아이들을 위한 특수 유아식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2월 중 환아 가족들을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초대해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만찬을 선사한다.
◆“진심으로 다가가 평생직장 제공”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1년부터 해마다 50명 넘게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해 왔다. 올해도 이달 말까지 서류를 받아 1분기 장애인 공개채용에 나선다. 훈련생으로 뽑아 5주 간 훈련과 실습을 하고, 매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163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일한다. 이 중 22명은 관리자 직급으로 승진했다. 중증과 경증, 장애 유형에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전체 장애인 직원 중 여성 고용률은 70%, 중증 장애인 고용률은 78%다. 청각 장애를 가진 권순미(38) 올림픽공원남문점 부점장은 2011년 첫 장애인 바리스타 공채로 입사해 2015년 부점장에 올랐다. 올 1분기에 50명을 추가 채용하면 스타벅스의 장애인 고용률은 3%에 이른다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사장은 “장애인 근무 안내판, 음료 주문 수화 안내 등의 지원을 하고, 파트너행복추진팀 소속의 장애인 인사관리 전담 사원이 평균 주 4회 전국 장애인 근무 매장을 방문해 면담을 하고 있다”며 “채용 이후에도 평생 직장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다
CJ그룹은 소외 아동을 위해 공들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교육의 기회가 적어 가난이 대물림 되어서는 안 된다”며 2005년 온라인 나눔 플랫폼 ‘CJ도너스캠프’를 출범했다. 지난 12년간 전국 4300여개 공부방, 50만 여명의 아이들에게 학업, 문화, 인성 교육 등을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청소년-멘토 ‘꿈키움 창의학교 4기’의 수료식을 마쳤다. 꿈키움 창의학교는 요리, 음악, 뮤지컬, 패션, 방송, 영화 부문에 관심이 있는 중고생 150여명을 선발해 5개월간 멘토링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 CJ 임직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창작물을 만들고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전문가 멘토로 배우 안성기, 요리사 이연복, 뮤지컬 배우 남경읍 등이 참여했다.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 각각의 창작물을 무대에 올렸다.
패션방송 부문에 참여했던 엄창선(의정부여고 1학년) 학생은 “평소 옷과 드로잉에 관심은 많았는데 진로와 연결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며 “패션업계 현장을 가보고 직접 옷을 만들어 프로 모델과 런웨이까지 체험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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