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바이오헬스포럼 출범] "2% 덫에 갇힌 K바이오…전쟁 치르듯 혁신해 스타트업 뛰게 하자"

입력 2017-01-25 17:42
1700조원 세계 시장서 한국 비중 1.7% 불과
과감한 규제 개혁 등 시스템 재정비 시급
바이오만큼은 '대기업 vs 중기' 이분법 지양해야


[ 조미현 기자 ]
17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약 30조원)에 불과하다. 수출 규모 6위, 국내총생산(GDP) 11위인 한국 경제의 위상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5일 열린 한경바이오헬스포럼에서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자는 제안이 나온 배경이다. 포럼 위원들은 “한국의 바이오헬스산업이 ‘2% 덫’에 갇혔다”며 “과감한 규제 개혁 등 시스템을 재정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 3분의 1은 매출 ‘0’

유승준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의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의 3분의 1은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국내 바이오 기업 92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1개(30.3%)는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을 올린 645개 기업 가운데 67.0%(432개)는 매출을 올리는 데 6년 이상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 센터장은 “한국은 기초 연구개발은 뛰어난 편”이라면서도 “기술 수출, 특허, 시장 다각화 등 바이오헬스 기술을 상용화하는 단계에서 취약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한 규제 개혁해야

한국의 바이오헬스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 교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약산업은 물론 종자산업, 반려동물산업 등이 확장되고 있다”며 “전에 없던 바이오 기술의 등장으로 한국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에서 적극 육성 중인 유전자교정작물의 경우 국내에선 10여개 부처가 규제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얼마나 새로운 기술에 열려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제의 예측 불가능성이 리스크 중 하나”라며 “규제의 방향성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규제 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협력해야 성장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을 지원·육성하는 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이분법적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오헬스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기초 연구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개발 및 상용화는 대기업이 분담하는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최근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의 몸집은 해외 대형 제약사와 비교하면 2%에도 못 미친다. 세계 1위 제약사 노바티스가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은 60조원을 넘지만,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 매출은 1조원을 조금 웃돈다.

김준연 SK텔레콤 헬스케어산업본부장은 “정밀의료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 가능성을 높이 보고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과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기술만 빼가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형 바이오헬스 기업을 빨리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전문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