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업 정서에도 이어지는 투자, 반갑다

입력 2017-01-25 17:40
수정 2017-01-26 06:38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 등 대기업 간 빅딜이 연초부터 터져나오면서 탄핵정국 여파로 미뤄졌던 기업 투자가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빅딜을 통해 SK는 반도체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LG는 비주력사업 정리를 통해 새로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反)기업 정서가 횡행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사업재편 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반갑다.

SK의 반도체사업 강화는 SK하이닉스가 대대적 투자를 발표한 데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응할 목적으로 충북 청주시에 2조2000억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SK(주)는 보안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동시에 바이오·LNG 투자 기회까지 엿보고 있다고 한다. 내우외환이라는 비관론이 무색할 정도로 그룹 전체가 공격적 투자에 나선 양상이다.

SK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역시 수십조원의 반도체 투자는 물론이고 유망기술 보유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새로운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력사업을 혁신하고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이렇게 하나둘씩 늘어나자 산업 기상도도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도체만 해도 지난달 수출이 22.4% 증가하는 등 6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수출은 630억달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밖에서는 통상질서가 급변하는 등 보호무역이 전면에 등장하고 안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오갈 데가 없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믿을 건 그래도 기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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