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열기 꺾인 '포켓몬고'…한국서 불씨 살릴까

입력 2017-01-24 18:49
나이앤틱 국내 출시

증강현실 이용한 '사냥 게임'
국내 지도업체와 협업
구글·애플스토어 동시 출시

글로벌 게이머 이용률 급감
한파 닥친 한국 날씨도 관건


[ 이호기 기자 ]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가 출시 6개월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해 7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이어서 국내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미국 나이앤틱랩스는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켓몬고 앱(응용프로그램)을 국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앱 장터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약 80메가바이트(MB) 크기의 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구글 아이디로 접속해 닉네임만 입력하면 곧바로 플레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서 자신의 현 위치 근처에 있는 포켓몬을 사냥하면 된다. 실제 세계와 겹쳐진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포켓몬이 나타나기 때문에 만화 속 캐릭터가 현실에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같은 혁신성 때문에 포켓몬고는 지난해 7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처음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 전 강원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가 잠깐 이뤄지면서 이 일대에 수십만명의 게이머가 몰려드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포켓몬고가 구글 지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6월 구글 측이 내비게이션 등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국내 초정밀 지도 데이터(5000분의 1 축척)를 국외로 반출하겠다고 신청한 뒤 벌어진 찬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부는 작년 11월 국가 안보 문제를 들어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을 최종 불허했다.

나이앤틱랩스 측은 국내 서비스를 위해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 소스를 활용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구글 지도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데니스 황 나이앤틱랩스 이사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출시 초 예상 밖의 인기를 감당하지 못해 숨돌릴 시간이 필요했다”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에 이어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 지도 이슈와 관련 없느냐는 질문에는 “얘기할 게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사장은 “포켓몬고를 직접 실행해 지도 해상도를 살펴본 결과 5000분의 1 축척 지도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구현된 것 같다”며 “구글이 SK텔레콤과 협력해 구글 지도 한국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나이앤틱랩스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포켓몬고의 국내 출시 시기가 추운 겨울이라는 점도 흥행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 이사는 “(연중 날씨가 20도 안팎으로 따뜻한)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에 와보니 굉장히 춥다는 걸 실감했다”면서도 “전작인 인그레스를 보더라도 계절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적지 않아 이 문제(기온)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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