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PEA, 홍콩에 중재 신청
[ 정소람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4일 오후 2시
국내 4위 택배업체인 로젠택배 매각을 둘러싼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분쟁이 결국 국제 중재로 결판나게 됐다. 국내에서 인수합병(M&A) 계약 이후 벌어진 매도·매수자 간 갈등이 중재로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재 결과 주식매매 계약(SPA)이 취소되거나 계약금이 크게 조정될 경우 M&A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의 기존 대주주인 홍콩계 PEF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최근 홍콩 국제중재센터(HKIAC)에 “로젠택배 매수인인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와의 분쟁을 조정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이는 매각 계약 체결 시 ‘매각 이후 갈등이 생길 경우 홍콩에서 국제 중재를 통해 합의한다’는 계약서 내용에 따른 조치다. 그동안 이 같은 조항을 M&A 계약 시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실제 중재 신청을 한 사례는 없었다.
베어링PEA가 국제 중재를 신청한 것은 로젠택배를 매각한 이후 CVC에서 계약 취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CVC는 지난해 9월 베어링으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KGB 택배 지분 75% 포함)를 약 3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SPA를 체결했다. 임석정 전 JP모간 회장이 CVC 한국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첫 M&A 딜(거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인수 이후 CVC가 돌연 계약 파기를 주장했다. 로젠택배가 2015년 합병한 KGB택배의 재무와 사업 전망이 예상보다 크게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매각 측이 KGB택배 상황을 실사 당시 정확히 제공하지 않아 MAC(계약상 대상 회사에서 발생한 부정적 변화 등으로 계약 취소가 가능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게 CVC 측 주장이다.
KGB택배 부채가 로젠택배 연결 재무제표에 잡히면서 로젠택배 부채는 2014년 말 264억원에서 2015년 말 606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연말 예상 실적도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어링 측은 “실사 당시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고 계약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은 계약서에 명시한 취소 수수료(약 500만달러)를 지급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달째 서신을 교환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CVC는 아직 계약금을 내지 않은 상태다.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은 국제중재센터에서 조율될 예정이다. 베어링과 CVC는 각각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국제 중재는 단심제로 일반 소송에 비해 시간이 짧게 소요되지만, 사안에 따라 2~3년 걸리기도 한다. 선임된 중재인은 우선 양쪽의 주장을 들은 뒤 중재안을 내놓는다.
중재안의 방향에 따라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만약 중재인이 CVC 측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을 취소하거나 계약 금액을 크게 줄이는 결정을 내놓으면 비슷한 중재 신청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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