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
"한 지붕 계열사들 협업 강화 상품 차별화로 명동시대 열 것"
대형화보다 다각화 전략 추구…중소기업 컨설팅·CB업무 등 집중
미국 금리인상 등 달러 강세 유지…개인도 자산 30% 달러 투자를
[ 서기열 기자 ]
“올해 시무식 때 ‘이택상주(麗澤相注)’란 고사성어를 화두로 꺼냈습니다. 짝을 이룬 두 연못은 서로 물을 대주면서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새롭게 시작한 명동 시대, 계열사들이 손잡고 차별화한 상품을 만들고 승부를 걸겠습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명동 대신증권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흩어져 있던 계열사가 한 건물로 모인 만큼 한 몸처럼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협업을 강조했다.
“확정금리 상품으로 승부”
대신증권은 명동에 새 사옥을 짓고 지난해 말 32년 만에 명동 본사 시대를 다시 열었다. 명동을 떠날 때 자기자본 229억원이었던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1조7550억원의 중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계열사는 일곱 곳, 임직원은 2000명으로 늘었다. 신사옥인 대신파이낸스센터에는 대신증권을 비롯해 부실채권(NPL) 운용사 대신F&I, 대신저축은행,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모여 있다.
금융과 기업 비즈니스를 잘 아는 대신증권, 부동산 가치 분석능력을 가진 대신F&I, 상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대신자산운용 등이 중심이 돼 활발하게 협업모델을 만들고 있다.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나 사장은 “보험과 연계된 상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와 관련한 상품, 미국과 관련된 상품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상반기 안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만들어질 전망이지만 일부 상품은 일반인 대상 공모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 시대’입니다. 대통령 선거, 악화되는 한·중 관계,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확정금리를 주는 안전한 상품을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많이 만들겠습니다.”
달러 자산 하우스뷰는 유지
증권업계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대신은 대형화보다 ‘다각화 전략’을 이어가기로 했다. 나 사장은 “작년에 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서 손실을 냈지만 2014년 인수한 대신F&I와 대신저축은행이 많이 벌어 손실을 만회했다”며 “올해는 증권도 상품본부와 IB본부를 중심으로 이익을 많이 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대신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958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보다 23% 줄어든 수치다. IB사업단은 기업공개(IPO), 부동산 PF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해 나가면서 작년에 신설한 어드바이저리본부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상 지주회사 전환 컨설팅이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달러 자산 그 가치는 커진다’는 하우스뷰(증권사 시장 전망)는 올해도 유지할 계획이다. 2015년부터 내세운 달러 강세의 방향성은 옳았다고 평가하며 올해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 강세는 유지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나 사장은 “개인도 자산 포트폴리오의 최대 30%를 달러화 자산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지난 2년처럼 적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하반기에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엔 “악재가 많지만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시장”이라며 “코스피지수 2000 이상은 유지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동반되면 의외로 상승장도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치 문제가 큰 변수”라며 “중국 미국 등 열강 틈바구니에서 ‘한국호’를 잘 이끌고 국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리더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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