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용 교수 "한국 기업들, '성공의 덫'에서 벗어나야 혁신 가능"

입력 2017-01-23 17:41
창립 20주년 전략경영학회 회장 맡은 송재용 서울대 교수

GE가 SW회사로 변신 시도하듯 선제적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6월에 전환기 한국 기업 진로 찾는 2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열어


[ 김봉구 기자 ]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잘해왔는데 바로 그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데, 해오던 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른바 ‘성공의 역설’이죠. 거기서 벗어나야 해요.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집니다.” 지난 1일 한국전략경영학회장에 취임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근본적 자각 없이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일본형 저성장으로 돌입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130년 넘는 역사의 최고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송 교수는 “GE마저 바뀌었다는 건 시사점이 크다”며 “국내 기업도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하고 핵심 주력 분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들이 모든 걸 다 하려 하면 안 된다”며 “삼성과 한화의 화학·방산 분야 빅딜, 삼성의 하만 인수 같은 자발적·선제적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고성장 시장을 찾는 글로벌 전략, 시장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의 전략 변화, 벤처·중소기업 생태계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국전략경영학회는 오는 6월 ‘패러다임 대격변 시대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혁신 연구’를 주제로 학회 20주년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연구는 학회 전·현직 회장단 등 50대 초·중반 중견 학자들이 나눠 맡았다. 연구자의 학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전환기 한국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전략경영 관점에서 모색하는 자리로 기획했다.

송 교수는 국내외에 ‘삼성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한국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 역시 삼성의 경영전략을 다룬 것이다. 그가 전략경영 분야를 연구한 것은 은사인 조동성 전 서울대 경영대 교수(현 인천대 총장)의 영향이 컸다.

“조동성 교수가 전략경영학회 창립을 주도해 초대 회장을 맡았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전략경영 전공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도 유학(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후 컬럼비아대에서 강의하다가 2001년 연세대가 전략경영 교수를 뽑으면서 귀국했고 2004년 서울대로 옮겨왔어요. 은사님이 초대 회장인 학회가 성년을 맞은 올해 회장을 맡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략경영학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na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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