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사모펀드 투자 열풍
설정액 1조 … 1년새 47% 늘어
중소형株 부진에 수익률 급락
작년 평균 수익률 2.96% 그쳐
물량확보 경쟁 … 무리한 투자도
[ 김우섭 기자 ] 사모(私募) 메자닌 펀드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업체들의 물량 확보 경쟁으로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 않을 기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중소형주 부진 탓에 기대 수익률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메자닌 펀드로 돈은 들어오지만
메자닌 펀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노릴 수 있으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아 자산가들의 투자처로 각광받아 왔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메자닌 사모펀드 설정액은 1조67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7230억원)보다 끌어모은 자금이 47.70% 늘었다. 펀드 수도 같은 기간 165개에서 224개로 59개(35.75%) 증가했다. 현재 4개인 공모 메자닌 펀드(설정액 480억원)를 더한 전체 설정액은 1조1159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겼다.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위축과 주식형 펀드 부진, 저금리 등으로 인해 메자닌으로 움직인 자금이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문사모펀드를 포함한 메자닌 펀드 시장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1월 말 상장사 CB와 BW 발행액이 5조5533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감안한 추정치다.
메자닌 펀드는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린다. 만기까지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 머물러 있더라도 투자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연 1% 수준의 만기상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펀드가 담고 있는 모든 채권이 전환가액을 밑돌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 연 2% 안팎인 펀드 보수(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를 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2~3년 전엔 만기 상환이자 외에 매년 별도의 채권이자를 챙겨줬지만 최근엔 이런 사례가 드물다.
◆기대 수익률은 예전만 못해
CB나 BW는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대인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중소형주 주가가 좋을 땐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수익률이 뚝 떨어진다.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7.46% 하락하는 등 중소형주들이 고전하는 요즘 같은 국면엔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메자닌 전략을 사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중 지난해 선보인 28개 상품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평균 2.96%이며 이 중 11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폐쇄형 상품인 메자닌 펀드들의 중간 수익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CB나 BW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 시가 평가를 깐깐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정 후 1년이 지나면 중간 수익률을 통해 ‘대박 펀드’와 ‘쪽박 펀드’의 윤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라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 사례가 많아지면 펀드 수익률이 높게 잡힌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간 집계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주요 메자닌 펀드들의 최근 수익률이 기대 이하라고 평가하고 있다. 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채권이 늘고 있는 데다 채권 발행사들 주가도 시원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엔 코스닥 상장사 나노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 CB를 담은 메자닌 펀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박성호 오라이언자산운용 상무는 “최근엔 차입금을 갚기 위해 CB로 돌려막기를 하는 위험한 기업이 많아졌다”며 “회사 신용도나 발행 자금의 사용처 등을 면밀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메자닌 펀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 투자의 장점을 누리면서 주가가 오를 때 주식으로 바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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