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적자기업도 요건 갖추면 증시 입성 '테슬라식 상장' 가능할까

입력 2017-01-22 20:33
개인 투자자에 환매청구권…증권사 부담 커 무용지물 우려


[ 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0일 오전 11시4분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테슬라 요건 상장’ 등 새 특례상장 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례상장의 조건인 환매청구권(풋백옵션·되팔 수 있는 권리) 부여가 증권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은 올해부터 적자 기업이라도 예상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등 일정 조건(테슬라 요건)을 갖추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특례상장제도를 개편했다. 증권사의 추천을 받은 기업도 상장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해서는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요건 상장의 경우 3개월, 증권사 추천 상장은 6개월 동안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증권사에 공모주를 되팔 수 있다.

만약 공모가가 주당 1만원인 공모주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투자자의 요청을 받은 증권사는 9000원(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사야 하기 때문에 주당 4000원의 평가손실이 난다. 따라서 공모 규모가 클수록 증권사의 예상 손실도 늘어나게 된다. 다만 증권사가 이런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공모회사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어 활용하기에 따라 고수익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상장 필요성이 높아 고액의 수수료를 감수할 의향이 있고 △공모 규모가 크지 않아 예상 손실규모가 적으며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데 동의하는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기업이라면 특례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소규모 계열사 정도가 해당되지만 실제 수요는 드물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담당 임원은 “기업공개(IPO) 한 건에서 환매청구권 행사가 일어나면 그해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환매청구권은 상장 문턱을 낮춘 대신 증권사와 기업이 공모가 산정을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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