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속에도 이어진 촛불·태극기집회
반기업 정서·폭력적 발언 확산…시민들 우려 목소리 높아
시위 참가자 수 부풀리기…'머릿수 경쟁' 경계 목소리도
[ 구은서 기자 ]
함박눈이 내린 지난 21일 13번째 촛불집회와 열 번째 태극기집회가 이어졌다. ‘계엄령을 선포하라’(태극기 측)고 외치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공을 발로 차는(촛불 측) 등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흘러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이 ‘머릿수 경쟁’에 매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주최한 13차 촛불집회는 대기업 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뒤덮였다. 참가자들은 “범죄자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종각 삼성타워 등 대기업 건물 앞으로 행진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0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이날도 양측 집회 모두 평화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목소리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군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선량한 국민을 폭동과 혁명으로 내몰지 말라”며 “우리는 계속 평화, 준법집회만 하리라 믿는가”라고 말했다. 탄기국은 오후 7시30분께 기습적으로 서울광장에 텐트 24동을 치고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될 때까지 노숙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행진 도중 중앙일보사 앞 게시판 유리를 깨고, 태극기와 ‘계엄령 선포하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기도 했다. 태극기 집회에 매주 참가하고 있다는 권모씨(70)는 “법과 원칙을 강조해야지 폭력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촛불집회에선 기업인에 대한 분노가 여과 없이 분출됐다. 광화문 광장에 이 부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공이 놓이자 일부 참가자들은 공을 발로 차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얼굴 사진을 붙인 박에 오자미를 던져 터뜨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정모씨(34)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제2의 최순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도 “기업 혐오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참가자 숫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촛불 측과 태극기 측은 각각 32만명과 125만명(서울 기준)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주부터 경찰은 참가자 추산치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주최 측 추산이 유일한 근거가 되면서 참가자 수를 늘리려는 ‘뻥튀기 경쟁’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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