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코스 안내도 들고 18홀 연습…프리샷 루틴 밟으면 실력 '수직상승'

입력 2017-01-22 19:43
(13) 상수를 이기는 랜덤 연습


나는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몸을 가볍게 푼 다음 이렇게 연습한다. 먼저 골프장의 야디지 북(코스 안내도) 하나를 꺼낸다. 오늘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레이크코스다.

1번홀은 파4로 380m짜리다. 페어웨이 벙커가 오른쪽에 줄지어 있다. 왼쪽이 해저드지만 OB인 오른쪽보다는 낫다. 티샷을 약간 왼쪽으로 보낸다고 생각한다. 레인지 그물에 있는 타깃보다 약간 왼쪽을 겨냥해 셋업한다. 그리고 스윙. 볼이 약간 밀린 느낌이다. 230m쯤 날아갔을 것이다. 실전이라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을 터. 이제 150m 페어웨이 벙커샷을 상상한다. 6번 아이언으로 하체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실제로 벙커샷을 하듯 스윙한다. 굿 샷. 그래도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고 가정하고 58도 웨지를 꺼내 30야드 피칭샷을 한 번 연습한다. 첫 홀은 끝.

3번홀은 505m짜리로 파5다. 2온 시도는 무리다. 드라이버로 너무 세게 치면 우측 멀리 해저드 지역으로 들어간다. 부드럽게 친다. 1번홀 티샷 때 하체를 충분히 쓰지 못한 것을 떠올린다. 이번에는 다운스윙 때 하체로 리드하는 것에 신경쓴다. 시원한 샷. 250m쯤 남았다고 가정한다. 그린에서 80m쯤 떨어져 페어웨이 벙커가 있으니 세컨드샷은 160m만 치기로 한다. 페어웨이를 넓게 쓰는 전략이다. 6번 아이언으로 친다. 레인지 그물 바닥에 있는 작은 목표를 잡는다. 페어웨이가 넓다고 샷을 대충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파3나 긴 파4홀에서 롱 아이언을 칠 때를 대비해서 영점조정을 해놔야 한다. 아이언샷이 부드럽게 아치를 그리며 날아간다. 90m쯤 남았다고 가정하고 54도 웨지를 연습한다.

이런 식으로 18번홀까지 한 바퀴를 돈다. 이것이 내가 하는 랜덤(random·불규칙) 연습이다. 같은 샷을 반복해서 하는 연습과 비교해 붙은 이름이다. 야디지 북을 들고 해도 좋고, 없다면 스코어 카드에 나온 거리를 참고해도 괜찮다. 물론 홀 모양과 지형지물이 나온 야디지 북이 훨씬 실감 난다.

랜덤 연습 때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샷마다 한 번씩만 하는 것이다. 혹시 실수했더라도 다시 치면 안 된다. 딱 한 번이 진짜 내 실력이다. 잘 안된 샷은 랜덤 연습이 끝나고 다시 점검한다. 또 샷을 할 때마다 반드시 프리샷 루틴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 실전에서도 연습하듯 편안하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연습 방법이 랜덤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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