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신미국] 트럼프 취임 직후 "실패한 무역협정 재검토"…'일자리 킬러'라던 한·미 FTA 손대나

입력 2017-01-22 19:34
수정 2017-01-23 07:51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처음부터 FTA 개정보다는 추가 개방 압력 가능성 커
미·중 치열한 통상전쟁 땐 한국기업 수출 타격 불가피


[ 이태훈 기자 ] “무역협정 위반 사례를 전부 찾아내 시정토록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식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실패한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에 한국도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률, ICT 개방 압력 가능성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통상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 기간 한 얘기와 실제 대통령이 된 뒤 행동은 다를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자 “한·미 FTA 개정을 비롯해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FTA 개정을 요구하기보다는 이행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법률 금융 의약품 시장 개방에 불만이 있는데 정부가 이 분야를 잘 들여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對)미국 무역흑자는 FTA 협정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아 수입이 증가했고 한국은 불경기로 수입이 줄어 발생한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통상당국이 미국에 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추가 개방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애플 구글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위해 국경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 등 무역장벽을 해소하려는 미국의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안보상 이유로 구글에 지도 반출을 불허했는데 이런 조치가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중 갈등 시 한국도 피해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중 통상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공언한 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미국산 항공기 구매 취소, 미국 농산물 수입 불허 등으로 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5%(지난해 기준 18억7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