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옥탑방서 민음사 창립
국내 책 편집 가로쓰기 첫 도입
"새롭지 않으면 썩는다" 평생 강조
지난 반세기 국내 출판 산업을 이끌어 온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오전 0시4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박 회장은 33세 때인 1966년 서울 청진동의 10평짜리 옥탑방에 국내 대표 출판사로 성장한 현재의 민음사를 차린, 우리 출판업계 개척자였다. 출판사 이름인 민음사는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의미. 당시 국내 책시장에 판을 치던 일본책 해적판을 몰아내고, 우리의 얼을 담은 서적을 채우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대표적 일본 글쓰기 방식인 세로쓰기를 과감히 탈피, 책 편집을 가로쓰기로 바꾼 것도 박 회장이 처음이었다. 1980년대 초 대한출판협회 부회장 시절 ‘출판 산업’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며 출판의 산업화, 현대화를 이끌었다.
박 회장은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이었다. 이는 민음사를 세우는 큰 동기가 됐다. 서울대 불문과 시절인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산 정치파동’을 강력하게 풍자한 단편 ‘자유 풍속’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취소되는 풍파를 겪었다.
박 회장은 평소 대표적 쇠퇴 산업으로 꼽히는 출판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낙관한 것으로 유명했다. “늘 어렵다고들 했지만 출판 산업은 지금까지 꾸준히 확장돼 왔다”고 2012년 자서전 출판회 때도 강조했다. 1960년대에는 1만5000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라고 했지만 1970년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30만부 이상 팔렸고, 1980년대에는 최초의 밀리언셀러 '홀로서기'가 나왔으며 1990년대에는 해마다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는게 이유였다.
박 회장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지난 50년 간 출판시장을 주도해 온 박 회장은 2012년 팔순을 앞두고 '박맹호 자서전 책'(민음사)을 펴내며 "새롭지 않으면 썩는 거야"라는 신념을 다시 강조한 바 있다. 50년 간 3000종이 넘는 책을 발행한 박 회장이지만 자신의 책을 낸 건 처음이었다.
유족은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가 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빈소가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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